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32년 만에 전북 전주에 빨간 새누리당 깃발이 꽂혔다. 단 111표차의 신승이었다. 2010년 전북도지사 선거, 19대 총선 패배 이후 ‘삼세판’ 도전 끝에 ‘기적’을 일군 주인공은 정운천 당선인(전주을)이다.
20대 총선 참패로 시종일관 무거웠던 새누리당 당선인 워크숍(지난달 26일)에서도 정 당선인만큼은 전북 유일 당선자로 뜨거운 박수 세례를 받으며 활짝 웃었다.
정 당선인은 가장 중요한 정치인의 덕목을 ‘책임감’이라고 강조했다. 2010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전주 유치 실패 때, 그는 전북도지사 낙선자임에도 ‘함거’(조선시대 죄인을 호송했던 수레)를 타고 1주일간 단식하며 사죄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도 ‘책임정치를 하겠다’며 함거 유세를 벌였다. 2만5000장이 넘는 셀카를 함께 찍어준 전주시민들은 어느새 “새누리당은 미운데, 정운천은 좋다”는 기류로 바뀌었다.
그를 선택한 전주시민들에게 정운천은 ‘돈 보따리’ ‘일자리’를 몽땅 다 챙겨오겠다고 공언했다. 그 초석은 그가 각고의 노력 끝에 특별법 개정까지 일궈, 터를 닦은 새만금개발 구상이다.
정 당선인은 “과거 경부고속도로가 우리 경제의 대동맥이 되어 국민소득 2만 불 시대를 열었지만, 몇 년째 경제 정체기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새만금 개발은 우리 경제가 3만 불, 4만 불 선진국 시대로 가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특히 그는 새만금을 대중국 경제전진기지로 삼아, 중국과 환황해권 공동개발 ‘독트린’을 만드는 등 구체적인 구상도 일찌감치 세워둔 상태다. 정 당선인은 “20대 국회에서 새만금개발특별위원회(새만금특위)도 만들겠다”면서 “작게는 그동안 영남에 쏠렸던 우리 경제의 비정상을 호남까지 확장해 정상화시키고, 크게는 전세계 재원과 자원을 새만금에 모두 집결시켜 국가경제의 규모를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당선인은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 것은 “오만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시 국민의 지지를 받는 길은 단 하나라고 했다. “국민이 요구하는 대로 국민을 하늘같이 섬기는 행동을 실천에 옮기는 ‘섬김의 정치’를 묵묵히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시절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으로 6개월 만에 낙마했지만, 6년여 야인 생활 끝에 ‘자력’으로 여의도로 입성한 정 당선인은 최근 당 내홍에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입법 활동에만 힘쓰겠다고 했다. 금배지를 달기도 전에 그는 이미 ‘민심’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