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서울시 "복지사각 해소 보편적 건강 실현"

2016-04-2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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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주무관, 복지플래너 역할 강화

[서울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추진 현황. 광진구 군자동은 시범실시.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 A씨는 수 년전 아내와 갈라섰다. 성격차이가 원인이었다. 하지만 부부의 연을 끊은 뒤에도 거주지가 마땅치 않아 전처와 금천구 가산동의 한 지붕 아래에서 불편한 관계를 이어갔다. 그러다 최근 전처가 같이 거주할 수 없다며 A씨의 짐을 버려두고 혼자 이사를 했다. 이후 연락은 두절됐다.

전두엽 치매가 있던 A씨는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계속 본인 집이라 여겨 살았다. A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쫓겨졌다. A씨의 노숙생활에 동정심을 느낀 집주인은 곧장 동(洞) 주민센터로 도움을 의뢰했고, 복지플래너가 공원에서 A씨를 찾아 상담에 나섰다. 실낱 희망마저 포기하려던 A씨는 초기 노숙단계로 서울형 긴급지원과 연계됐고, 거주지는 물론이고 맞춤형 개별급여가 제공될 예정이다.
# 강동구 암사동에서 엄마와 생활 중이던 어린 두 자녀는 외부의 손길이 차단돼 있었다. 엄마가 무기력한 탓에 아이들은 또래보다 신체·언어적으로 지체됐고 심지어 막내의 경우 예방접종 조차도 받지 못했다. 이들 아빠는 한 달에 2~3회 집에 들러 먹을거리를 냉장고에 채워주고 가는 게 전부였다. 거의 방치되다 시피한 집안은 기저귀, 옷가지, 쓰레기들로 매우 불결했지만 개선될 기미는 전혀 없었다.

이런 사실을 안 이웃들은 아동학대 가정으로 신고했고 관련 예방센터, 보호전문기관 담당자가 곧장 찾았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에서는 보호자의 동의 뒤 엄마를 정신보건센터 상담을 거쳐 병원 입원치료까지 안내했다. 엄마는 보호자에 의해 자녀들로부터 떨어졌고 정신과 병동 입원이 이뤄져 치료 중이다.

# 올해로 65세를 맞은 B씨(독산3동). 폐암 말기인 남편의 상태가 점차 악화되고 있는데 호스피스 병동 등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 지 막막했다. 주위에 아는 사람도 없었던 터라 가슴은 점차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며칠 전 선뜻 발걸음을 해 건강을 체크해준 복지공무원의 명함이 떠올랐다.

다음날 B씨의 집을 다급하게 찾은 플래너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예전의 모습을 전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야윈 어르신이었다. 아픈 남편을 간병하느라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한 것이다. 플래너는 병원 입원과 퇴원 이후의 장기요양등급 신청 등 구체적 절차를 알렸고, 즉시 할아버지가 관내 의료기관에 입원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서울시가 기존 민원·일반행정 중심이던 동주민센터의 혁신을 꾀하고 있다. 시민들의 복지와 건강을 살피면서 지역공동체를 돕는 거점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가 바로 그 것이다. 2014년 7월 희망서울정책자문위원회(복지건강분과)를 꾸렸고 자치구 및 종합사회복지관의 의견 수렴을 통해 본격적으로 실천에 나섰다.

1단계 공모에서 13개 자치구 내 80개동을 선정했다. 당시 성동·성북·도봉·금천구에서 전면적으로, 종로·노원·은평·서대문·마포·양천·구로·동작·강동구는 19개동이 일부시행을 시작했다. 작년 80개동에서 2016년 283개동, 2017년 이후 424개동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주민 신청주의를 과감히 벗어나 복지-건강-마을 간 융화로 '복지생태계'를 갖춘다는 취지다.
 

[동 주민센터 직원들이 복지현장의 사례를 공유하며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 보편적 복지실현, 통합서비스 제공

올해 동주민센터 직원이 '우리동네 주무관'으로 역할을 전환한다. 동 전체를 몇개의 구역으로 나누고 전담공무원을 지정해 주민생활 전반에 대해 살핀다. 통·반장, 나눔이웃 등 담당구역 내 인적자원과 수시로 만나 친밀관계를 형성한다. 실제 가구를 방문하는 플래너는 한층 발전된 운영모델이 제시된다. 먼저 어르신에 대해서는 만 65세 도래자의 복지욕구 파악과 서비스 연계, 자치구정과 마을활동 안내로 건강하고 활력있는 삶의 영위를 돕는다.

빈곤위기가구를 찾을 땐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초첨을 둔다. 우리아이복지플래너는 만 0세아의 출생신고 시 사전 동의를 진행해 공무원이 방문하되 보건소 영유아간호사와 함께 사례관리에도 힘쓴다. 복지통·반장은 직접적 주민소통 창구다. 관할 주민과 수시로 대화를 나누고 수렴된 의견은 우리동네주무관에 전달한다. 다시 말해 행정과 주민 간 가교인 셈이다. 1단계 추진 결과 방문상담과 서비스연계가 각각 62.7%, 98.3% 늘어났다.

복지상담관은 다채로운 주민 욕구에 부응하는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동주민센터별 2명씩 배치시킨다. 민간기관과 머리를 맞대 복지·보건·고용 등의 통합적 혜택을 준다. 동 단위의 통합사례관리로 당사자 중심의 문제 해결을 벌인다. 복지수퍼바이저(복지팀장 또는 복지직 선임주무관)가 총괄업무를 맡고 앞서 인적풀(Pool)을 구성한다. 중장기적으로 디지털기반의 전산시스템을 도입시킨다.
 

[복지생태계 업무 프로세스. 표=서울시 제공]


◆ 주민관계망 활성화, 복지생태계 조성

주민관계망 활성화로 나눔과 돌봄공동체를 만든다. 취약계층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함께 체계적으로 자원을 발굴하고 관리한다. 업무는 욕구 파악→복지자원 조사(자원 탐색·목록 작성)→조사자료 결과 관리화의 프로세스를 거친다. 향후 활용 가능성과 질에 따른 구분으로 정책 수립 때 기초자료로 쓰여진다. 지역중심의 민관협력 우수 지자체 사례를 전파, 다른 곳에서도 적극 벤치마킹하도록 알린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지역자원의 공유·활용으로 민·관 그리고 제공자와 수혜자 간 경계를 허물고 모두 복지주체가 되는 온라인 거버넌스(http://human.welfare.seoul.kr/) 활성화도 실천 중이다. 이곳에서 공공과 민간기관은 동등한 위치로 의사결정 참여자격이 주어진다.

주요 메뉴를 살펴보면 △지역·생애주기·복지욕구·상황특성·모임공동체 등 3만4000건 내용이 담긴 '자원공유 허브' △교육·복지정보, 마을복지 사례 등 '정보공유 허브' △자치구 소식을 한눈에 보는 커뮤니티광장 및 솔루션데스크 운영 '소통 광장' △민·관 자원등록, 자유게시판 이용 '인트라넷'으로 구성됐다.
 

[동 주민센터 플래너와 방문간호사들이 복지현장을 찾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 2단계 조기 안착 차질없는 준비 박차

서울시는 효과적 사업지원 체계를 마련해 2단계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표준직무설계상 자치구별 적정 충원인력을 연내 모두 배치시킨다. 채워지는 인원수는 사회복지직이 1036명으로 동별 5~6명이고, 방문간호사가 230명으로 각 동에 1~2명을 둔다. 이때 구성원의 재배치를 최소화해 업무 지속성을 확보하는 한편 2017년까지 전 일정을 마친다.

동 주민센터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사업주체 대상 교육을 강화한다. 구체적으로 자치구, 동 관리자의 리더십 역량강화 및 실무자, 주민들의 역할정립에 나선다. 서울시 주관강의 시 동장, 팀장 등 실행력 제고에 포커스를 맞추는 한편 구청의 경우 주민리더 교육을 통한 참여의식 제공, 자치구별 여건과 요구에 맞는 특화과정이 반영되도록 한다. 자원공유 및 활용 촉진 차원의 '생활복지통합정보시스템'(BigCare, Big Data for Caring Citizen) 도입을 서두른다. 복지상담과 주민소통으로 모아진 실태자료를 빅데이터화하고 동시에 통합DB 마련에 앞장선다.

남원준 서울시 복지본부장은 "충원된 복지인력과 전문화된 교육으로 먼저 다가서는 복지공동체 조성을 위한 동주민센터 실행기반이 원활히 갖춰졌다"며 "시민들의 권리인 복지를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에서 누구나 평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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