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조선업 호황때 ‘구조조정’ 놓친 정부…국책은행 내세워 또 '큰소리'

2016-04-2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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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등 채권단 앞세워 '공적자금 수혈'도 허사…정책판단 반성없이 또 구조조정

전문가들 "호황땐 기업과 경영진이 판 벌리고 불황땐 정부가 허드렛일 고쳐야" 지적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정부가 4·13 총선 이후 해운, 조선, 철강, 건설, 석유화학 등 5대 업종에 강력한 기업 구조조정을 예고한 것에 대해 시장반응은 냉담했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에 앞서 해당기업 오너 등 경영진과 국책은행에 대한 책임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5대 업종에 종사하는 직간접 인력만 100만명을 넘어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경우, 1998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 최악의 경제상황이 재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대 업종 중 구조조정 1순위는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과 조선업이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국내 해운사들이 수조원대에 달하는 적자에 수주 및 운임 급락 등이 겹치며 벼랑 끝에 몰려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호황기에 책정한 높은 용선료(선박 임대료) 계약때문에 시세를 뛰어넘는 용선료를 지급해 불황에 따른 수익 감소와 함께 이중고를 겪어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구조조정에 앞서 해당기업 오너 등 경영진과 국책은행에 대한 책임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모습. [사진제공 = 기획재정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전세계를 독식해온 조선업도 최근 해양플랜트 악재와 경영부실로 수조원대 적자를 내며 상황이 바뀌었다.

이들 빅3는 지난해 총 8조5000억여원 규모의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대우조선해양이 5조5051억원, 현대중공업이 1조5401억원, 삼성중공업이 1조501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조선·해운업이 호황일때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주도했다면 해당 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지는 상황까지 가진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업황이 좋을땐 기업이 나서 사업을 확장하고, 불황이 오면 정부가 공적자금을 쏟아부어 해결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은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구조조정보다 국회에 계류중인 노동입법 등의 통과에 곁눈질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조선·해운업이 호황일때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주도했다면 해당 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지는 상황까지 가진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조선소에서 용접 작업중인 모습. [사진=아주경제 DB]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21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과 노동개혁 4법도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기 때문에 입법이 되면 구조조정에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노동개혁 4법은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파견법 등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 전문가는 "어떤 분야에 어느정도 파급효과가 있는지 자세한 설명없이, 막연히 도움이 된다는 식의 언급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유 부총리가 구조조정의 주체 가운데 채권단에 힘을 실어준 것도 문제의식이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정부에서 고위 관료를 지낸 한 인사는 "정부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을 내세워 공적자금을 투입해 왔는데 부실이 더 커진 마당에 또 국책은행을 통해 구조조정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묻지마 구조조정"이라고 우려했다.

이황 고려대학교 법학 전문대학원 교수는 "필요하다면 정부가 눈치보지말고 과감하게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면서 "에어버스의 선제적 구조조정 사례 등을 참조해 각계 전문가들이 달라붙어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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