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윤정 기자 = 욱씨남정기’는 역시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갑을체인지’로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치며 뼈저린 교훈을 선사한 것.
지난 22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욱씨남정기' 11회에서는 생애 처음으로 ‘고구마 을’에서 벗어나 ‘절대 갑’이 되어본 러블리 코스메틱 식구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같은 옥다정의 신신당부에도 불구, 러블리 식구들은 결국 상품권과 카드에 눈이 멀어 유혹을 받아들였다. 물론 처음엔 거부했지만 의도치 않게 자신들의 손에 들어온 상품권과 카드를 다시 돌려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접대’와 ‘뇌물’이란 걸 처음으로 받아본 러블리 식구들은 갑의 기분이 뭔지 비로소 느끼게 됐다. 늘 갑에게 당하기만 했던 답답한 을들의 ‘갑을체인지’가 이뤄진 순간이었다.
바로 그 때 “난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을수록 이 정도쯤은 괜찮은 거 아니냐고, 어차피 세상은 그런 거 아니냐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양심을 적당히 누르며 우리는 어느새 제 안의 욕망과 타협하기 시작했다”라는 남정기(윤상현 분)의 내레이션이 등장해 이들이 의도적이든, 실수든 접대와 뇌물의 세계에 발 담게 됐음을 알려 씁쓸함을 선사했다.
하지만 잠깐의 갑질에 잠시 신났던 러블리 식구들은 역시 ‘갑질’할 그릇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직원들이 뇌물을 받은 사실을 눈치 챈 옥다정은 “손톱만한 성공에 도취돼 갑질하지 말라”고 다시 한 번 경고하기에 이르렀고, 러블리 식구들의 마음은 가시방석 그 자체였다. 그 후로 팔자에도 없는 뇌물을 받았던 러블리 식구들은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직원들이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은 옥다정에게 발각됐고, 분노한 옥다정은 “되돌리고 싶었는데 각자 사정으로 그러지 못했다”고 변명하는 남정기에게 무엇보다 그 한 번의 실수로 직원들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실망감을 표출했다. 이어 옥다정은 “누군 태어나면서부터 ‘갑질’하는지 아냐? 처음엔 다 당신들처럼 시작한다. 그 한 번이 두 번 되고 그 한두 푼이 더 커지고 그러다가 뻔뻔하게 먼저 요구하는 수준까지 되는 거다. 정말이지 당신들한테 실망이다”고 충고했다. 이같은 옥다정의 일갈에 러블리 식구들은 정신을 번쩍 차릴 수 밖에 없었다.
위기상황에서 가장 빛나는 ‘욱본’이라 했던가. 가만히 있을 옥다정이 아니었다. 해결사 옥다정은 또 한 번 뾰족한 수를 내어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시켰다. 러블리 식구들에게 뇌물과 접대를 제공한 업계 관계자 3명을 모두 소환해 “뇌물이나 접대를 제공하는 그 어떤 업체도 협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백화점, 소셜커머스, 면세점 세 곳 모두에 입점을 희망한다고 밝힌 것. 쓸데없는 출혈경쟁이 아닌 같이 ‘윈윈’하는 경쟁을 제안하면서 옥다정은 ‘역시 욱본’이란 찬사를 이끌어냈다.
이처럼 욕망에 살짝 흔들렸던 을이 ‘갑질’ 한 번 해보려는데 옥다정이 등장, 강력한 일침을 날리면서 또 하나의 교훈을 선사한 ‘욱씨남정기’는 공감가고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며 시청자들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방송을 접한 네티즌들은 “그래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없는 거지”, “진짜 현실성 있는 메시지를 주면서도 쫄깃하게 코믹하게 재밌는 드라마”, “자기가 갑의 입장에 서면 을일 때를 까먹는 우리 현실을 보는 것 같았다”, “가시방석 왜 이렇게 웃겨” 등 뜨거운 반응을 보이며 ‘욱씨남정기’에 대한 호평을 이어갔다.
한편 이날 방송 말미엔 투자자 이지상(연정훈 분)의 압박에 러블리 식구들에게 구조조정 계획을 선포하는 조동규 사장(유재명 분)의 모습이 공개되며 과연 누가 구조조정 대상자가 될지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드라마 ‘욱씨남정기’ 12회는 23일 저녁 8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