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정부가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2020년까지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1일 총 에너지 섭취량의 10% 이내로 낮추겠다는 내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일 발표를 통해 소비자가 당이 적게 든 식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영양표시 등 당류 관련 정보를 확대 제공하기로 했다. 영양표시 의무대상 가공식품은 당류가 많이 포함된 식품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당류 저감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하면서 업계의 기술적인 대응 방안 등을 연구하고 있다. 각 업체들도 저당 제품을 최근 꾸준히 출시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의 '전쟁 선포' 앞에서 소비자는 '당=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생길 우려 때문이다.
180㎖의 우유에는 4g 정도의 유당이 함유돼 있다. 유당은 건강에 좋은 기능이 있기에 정부의 관리 대상에서도 우유는 제외됐다. 착즙주스도 영양성분표에는 20g 정도의 당류를 첨가하고 있지만, 이는 과일이 갖고 있는 자체적인 단맛이 포함된 수치다.
여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설탕보다 과일을 통해 당을 섭취하는 비중이 더 높다.
우리나라 전체 당류 섭취량 중 과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가장 높다. 탄산음료나 커피류 등 음료류가 19.3%로 뒤를 이었고, 채소 등과 같은 원재료성 식품이 11.5%, 빵·과자·떡류 등 가공식품의 비중은 8.5% 정도다.
당은 탄수화물의 한 종류이고, 탄수화물은 필수 에너지원 중 하나다. 하지만 정부는 '좋은 당'과 '좋지 않은 당'의 구분 없이 "건강에 나쁘니 무조건 줄여라"라는 발표를 내놓은 것이다.
설탕 과다 섭취 탓에 전세계적으로 비만과 당뇨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진정으로 설탕의 양을 줄이고 싶다면 수치나 정책보다 대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설탕의 하루 권장량만 알려주고 업체와 국민에게 양을 줄이라고 강요한다면 '설탕과의 전쟁'에서는 필패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