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미국 법무부가 1천150만 건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파나마 페이퍼스’에 대한 정밀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P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들의 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피터 카 법무부 대변인은 이날 "법무부 차원에서 해당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구체적인 서류(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제의 파나마 페이퍼스에 얼마나 많은 미국인의 이름이 포함돼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 영국 등 각국 전·현직 정상과 유명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이어지고 있어 미국 역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구체적인 언급을 삼간 채 "투명성을 높여야 부패를 근절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법무부와 재무부가 금융부패 개혁에 계속 초점을 맞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앞서 파나마의 최대 로펌이자 '역외비밀 도매상'으로 악명높은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1977∼2015년 기록을 담은 내부자료를 분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전·현직 각국 정상과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를 비롯한 유명인들이 대거 포함되거나 연루된 조세회피 자료를 폭로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자국의 오는 9월 총선과 2018년 대선을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사회를 흔들려는 서방의 음모이자 선전전이라고 비난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자신도 폭로 문건에서 이름이 거론된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는 4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2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조세 회피 지역에서 비밀리에 거래했다는 폭로에 대해 "실망스런 수준의 폭로"라고 비난하며 이같이 밝혔다.
페스코프는 이날 기자들을 위한 브리핑에서 ICIJ를 겨냥해 "기자이지만 언론보도에 종사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하다. 미국 국무부나 중앙정보국(CIA) 출신 기자도 많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한편 영국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은 주식중개인 출신으로 2010년 사망한 캐머런 총리의 부친 이언 캐머런이 이사로 재직했던 바하마 소재 투자펀드 '블레어모어 홀딩스'가 파나마의 최대 로펌 '모색 폰세카'의 오랜 고객이었다고 보도했다.
블레어모어는 애버딘에 있는 캐머런 조상의 사유지 이름을 딴 것으로 보이며 이언 캐머런이 블레어모어를 운영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캐머런 총리는 주식중개인인 부친이 역외탈세자 명단에 든 데 대해 총리실 대변인을 통해 "개인적인 문제"라며 언급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