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르포] '수성 VS 탈환' 영등포을, 신경민-권영세 4년만에 리턴매치

2016-03-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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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 "저 양반이 똑똑하고 좋은 사람이여. 이번에 찍어줘야지."
 
29일 오전 9시 즈음. 서울 신길동에 위치한 대신시장 앞에서 한 노부부가 횡단보도를 건너며 말했다. 3선 출신에 주중한국대사를 지낸 권영세 새누리당 후보가 건너편에서 연신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 "응원 좀 해드리려고요. 이번에도 꼭 되셔야 할 텐데."
 
오후 2시 40분, 신풍역 부근. 멀리서부터 6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달려와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악수를 청했다. 격려를 해주러 일부러 달려왔다는 그의 말에 신 후보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 영등포을 권영세 새누리당 후보가 29일 신길동 대신시장 인근에서 지역주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권영세 후보 캠프]

총선까지 남은 기간은 딱 15일. 박빙의 승부가 벌어지는 지역마다 후보 간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 영등포을은 샛강을 끼고 여의동과 신길, 대림동이 마주보고 있다. 아파트촌이 즐비한 여의동은 여권 성향이 강하다. 반면 오래된 도시 분위기를 지닌 그밖의 지역에선 야권이 우세하다. 강남과 강북으로 나뉘는 서울의 축소판과 같다.
 
이곳에 여당의 권 후보와 야당의 신 후보를 비롯해 국민의당 김종구 후보, 성성봉 민중연합당 후보, 진재범 무소속 후보까지 총 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 후보 가운데 권영세, 신경민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4년만의 재대결이다. 
 
검사 출신인 권영세 후보는 16대 보궐 선거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선돼 정치권에 입문했다. 18대까지 내리 세 번 당선됐고, 당에서 최고위원과 사무총장을 지낸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런 그가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야당의 신경민 후보에게 졌다. 4만950표를 획득한 그는 신 후보(4만5458표)와 약 5%포인트 차로 패했다. 그리고 4년만에 설욕전에 나선다. 이미 지난 추석 당시부터 본격적인 총선 준비를 시작했다는 그는, 준비가 길었던만큼 지역구 탈환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날 아침 출근길 유세현장에서 만난 권 후보는 기자에게 "지역을 다녀보니 정치에 대해 국민들이 느끼는 혐오감이 더 커진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면서 "여야건, 당내건 싸움 좀 하지 말라는 주민들이 많다, 국회에 들어가 그런 역할을 해달라고들 기대하신다"고 말했다.
 
여의동에 거주하는 한 50대 여성도 "야당이 자꾸 발목을 잡는 것 같더라"면서 "여당 후보를 찍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길 1동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과거랑 버는 돈은 똑같은데 교통비, 식비, 집값까지 생활 수준이 4분의 1로 줄어들었다"면서 "그럼 지금 정부나 여당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재선을 노리는 후보가 신 후보다. 그는 이날 오후 영등포구민 체육센터를 찾았다. "노래 한 곡조 해요!" 구민 노래교실을 들른 그는 쑥쓰러운 표정으로 '아빠의 청춘'을 부르며 주민들의 호응에 화답했다. 
 

▲ 영등포을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9일 신풍역 인근에서 지역주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남궁진웅 timeid@]

 
신 후보는 MBC 방송기자로 시작해 뉴스데스크 앵커 당시 '촌철살인'의 클로징멘트로 유명한 인사였다. 2011년 당시 민주통합당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2012년 전략공천으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다. 초선으로 최다득표 선출직 최고위원에 당선되는 등 아직은 짧은 정치 구력에도 굵직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신 후보는 그러나 이날 기자와 만나 "사실상 쉽지 않은 선거"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야권연대"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의 출현이 오히려 야권의 궤멸을 유도하고 그 반사이익을 여당이 챙기게 됐다는 우려다. 

공약, 정책의 차별성 등을 묻자 그는 "중앙 정치가 지역 정치로 투영되지 않는 한국 정치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공약이나 정책이 많이 묻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런 정책을 논할 기회나 공간이 적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주민들은 대부분 "정치권에는 기대할 게 없다"는 표정이었다.
 
대신시장에서 만난 변상린(60·남) 씨는 "주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욕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면서 "3년간 제대로 된 게 없고 국회의원들도 '그놈이 그놈'인데 투표율도 한 40%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정부와 국회를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영등포구민 체육센터 인근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어느 사람을 찍어봐도 나와서 할 때만 주민들 위해 잘하겠다 하고 막상 돼 놓으면 언제 그랬느냐 하지 않나"라며 "제대로 하려면 선거가 아니어도 지역을 돌아다녀야 하고, 주민들을 위해 한 약속은 지켜야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서 만난 20대의 한 남성은 아예 "정치 얘긴 하지 않는다"면서 "후보도 한 명 빼고는 모르겠다"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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