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기업 천국 일본, 우리나라엔 왜 없나

2016-03-2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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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이슬기자 90606a@]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박정원 두산 회장이 28일 취임식을 통해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며 4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두산은 박승직 상점을 모태로 하는 국내 최장수 기업으로, 올해 12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장수기업의 천국인 일본에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장수기업 수는 크게 뒤쳐진다..

▲일본 200년기업 4000여개… 한국 100년기업은 8개에 그쳐
일본은 장수기업의 천국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2012년 기준 200년 이상 장수기업은 일본이 3937개사로, 전세계 장수기업 7212개사 중 54.58%에 달한다.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내 최장수 기업은 서기 578년에 세워진 곤고구미다. 14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창업자는 쇼토쿠 태자의 초청으로 백제에서 건너 온 곤고 시게미쓰(한국명 유중광)로, 절과 신사건축을 주로 맡고 있다. 또 여관업을 하는 호시의 창업시기는 718년이며, 제과업의 도라야쿠로가와는 794년에 문을 연 뒤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100년 기업은 열손가락에 그친다. 재벌닷컴이 국내 2만2673개사의 창업 연도를 조사한 결과, 국내 기업 중 창업 80년이 넘은 기업은 28개사다.

특히 100년이 넘은 기업은 고작 8개사뿐이다. 두산(120년)에 이어 올해로 119년이 된 신한은행, ‘활명수’로 알려진 동화약품도 119년이다. 우리은행(117년), 몽고식품(111년), 서울 광장시장을 운영하는 (주)광장(105년), 인쇄업체 보진재(104년), 성창기업지주(100년)도 포함된다.

▲일본 장수기업 특징은 장인정신과 혁신

쿠보타 쇼우이치 호우세이대학원 교수는 명확한 기업이념과 경영원칙을 바탕으로 경영하되, 전통을 거스르지 않는 혁신을 추구하며 시장대응에 나선 것이 일본에 장수기업이 많은 이유로 들었다.

즉 보유한 고유기술과 노하우를 고수하면서도 기술개발과 마케팅을 통해 시대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것이다.

실제 1700년 창업한 후쿠다 금속박분공업은 에도시대에 사용된 금박 기술을 응용해 전해동박 기술을 개발, 세계 전화기에 사용되는 전해동박의 40% 이상을 공급한다. 

대를 이어 고객, 소비자, 종업원 등 이해관계자와 신뢰관계를 지켜가고, 보수적 자금운영 등으로 내실을 키우는 것도 일본 기업의 장수 비결로 꼽힌다.

▲장수기업 한국엔 없는 이유는?

한국에 장수기업이 없는 이유로 △일제강점기 △6.25로 인한 수탈 및 파괴 △사농공상의 유교적 관점으로 인한 기업인 홀대 등을 들 수 있다.

대표적으로 6.25전쟁이 꼽힌다. 전후 남한 제조업은 1949년 대비 42% 파괴됐다. 군사작전에 이용된다는 이유로 도로와 철도, 교량 등 산업시설이 파손돼 경제체제의 기반이 황폐화됐다.

정부 관료가 갖는 유교적 우월의식과 공상계급에 대한 하대풍조도 기업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일본 경단련은 정부와 공조관계가 확실하다. 사카키바라 경단련 회장은 지난해 아베 내각이 요구한 3년 연속 임금인상안을 수용했다. 아베 내각도 경단련이 요구한 30%대 법인세를 내년까지 20%대로 낮추기로 했다.

반면 국내 기업인이 정부정책을 비판할 경우 ‘괘씸죄’에 걸린다. 최종현 SK그룹 회장은 전경련 회장 취임 당시, 김영삼 정부에 쓴소리를 던져 홍역을 치뤘다. 정주영 명예회장도 대선출마시 “정치인은 기업인의 돈만 빼가지 존중하지 않는다”며 불쾌감을 표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장수기업으로부터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 우리도 고유기술을 보유중인 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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