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정문을 등지고 오른쪽으로 5분 정도 걸어가다 보니 침침한 분위기의 좁은 골목길이 펼쳐졌다. 양쪽에는 옷가게, 보석가게 등으로 보이는 다양한 종류의 상가들이 드문드문 들어서 있지만 활기를 잃은지는 오래 돼 보인다.
지난 11일 오전 11시 이화여대 정문 인근 골목에 위치한 이꼼빠뇽(E∙Compagnion) 공방 갤러리 앞에는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오프닝 행사가 한창이었다.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프로젝트는 청년들이 기업가 정신을 학습하고 창업을 경험할 수 있도록 예술, 문화, 기술이 결합된 청년창업문화 거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대학생으로 구성된 6개 팀(HAH, JE.D, 위브아워스, 지홍, 데이그래피, 아리송)이 4곳의 상점에 입주해 있다. 사업 품목은 패션과 생활용품 등이다. 또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섬유예술과와 디자인대학원 크래프트디자인전공이 주관하는 2개의 '갤러리 & 아틀리에 E∙Compagnion' 매장도 들어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대 상권 임대료는 2011년 4분기에 1㎡당 4만6870원으로 3.3㎡당 15만4671원이었지만 2015년 4분기에는 1㎡당 3만원으로 3.3㎡당 9만9000원이었다.
이에 따라 이화여대와 서울 서대문구는 해당 골목길의 빈 점포들을 활용, 청년들의 창업활동도 돕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
상점의 임대료와 월세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됐다. 최유미 산학협력단 창업보육센터장은 "임대료는 800~1000만원, 월세는 60~100만원 정도 계약했다"며 "기업, 교수, 졸업생, 지인 등의 기부를 통해 1년 간 임대료와 월세를 책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사업의 지속성이다. 현재 1년 간의 계약을 통해 저렴한 임대료와 월세로 청년창업문화 거리를 조성했지만 계약 기간이 지난 1년 후 부동산 시장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관건이다.
최유미 센터장은 "정부와 협업해서 이 프로젝트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일부 사업으로 발생한 수익률의 5%와 그 외 기부 등을 통해서도 예산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골목 상권이 활기를 되찾게 된다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건물주 등이 골목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해당 취지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지난해 이대골목주민연합 건물주 18명, 예술기획단체인 '문화활력생산기지'가 '이화 공방문화골목 임대료 안정화' 협약을 맺은 바 있다"며 " 이 협약으로 해당 건물주는 계약일로부터 최장 5년인 임대차 계약기간 동안 차임과 보증금 증액 청구를 유보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