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카드사는 동네북인가

2016-03-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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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전운 기자 = 금융권에서 카드업계의 이슈가 뜨겁다. 새해를 시작하자마자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논란으로 시끌벅적 하더니, 소액결제 거부권·무서명 거래 등으로 아직까지 시민단체·영세 자영업자와의 갈등이 가시지도 않았다.

이같은 시작은 가맹점 수수료율을 재산정하는 시기와 국회의원 총선거가 겹치면서 부터다.

지난 2012년 가맹점 수수료율 조정 후, 3년에 한번씩 재산정하기로 하면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조정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임종룡 위원장 취임 첫해에 ‘금융개혁’ ‘서민금융’ 등을 내세운 금융위원회가 카드사들의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을 내리는 것은 어찌보면 예상된 바였다. 하지만 영세가맹점과 일반가맹점의 수수료율을 한번에 0.7%포인트나 내린 것은 카드업계로서는 충격적이었다.

이 수수료율 인하로 카드업계는 연간 6700억원의 이익 감소가 예상되며, 사실상 역대급 악재를 맞았다고 푸념하고 있다.

예상보다 큰 인하율이 책정된데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입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카드업계는 입을 모은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으로서는 영세 서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수수료율 인하에 목소리를 높였고, 실제로 지난해 말 금융당국인 이를 발표하자 너도나도 길거리에 현수막을 걸고 수수료율 인하의 주역이라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살길이 막막해진 카드업계는 일부 일반 가맹점을 대상으로 인상을 계획했으나,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갔다. 정치권은 기자회견까지 열며 ‘기습인상’이라며 강력한 제동을 걸었다.

카드업계는 제대로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인상 철회’를 선언했다.

이후 생존 모색을 위해 카드사 사장들은 1월말 금융당국 수장과의 만남에서 소액결제 거부권에 대해 건의했다. 카드업계의 공통된 의견은 아니었지만, 살길이 막막했던 일부 카드업계 사장들이 생존을 위해 꺼내든 카드였다.

하지만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카드업계는 여기저기서 또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소비자단체들은 카드사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에게 불편함을 전가한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초창기 현금 거래 비중이 압도적이었던 국내 환경에서 카드 시장을 인위적으로 키우기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기형적인 법안을 만들어 카드결제를 강제했다”며 “당시 정부에 편승해 이익을 낸 카드사들이 이제 와서 손실을 이유로 소액결제를 거부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태”라며 강력하게 제동을 걸었다.

여기저기서 돌팔매질을 당하는 카드업계가 안쓰러웠는지, 이후 금융당국은 카드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의 수익 보전을 위해 5만원 이하 결제에 대해서는 무서명 거래를 확대키로 했다. 기존에는 가맹점과 카드사가 협약 하에 무서명 거래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카드사의 일방적 통보로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이를 통해 밴사에 지불하는 전표수거비를 아껴 수익을 보전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밴사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특히 영세업자인 밴대리점은 카드사들의 정책으로 아사 직전에 몰릴 판이라며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오는 23일 무서명거래 확대를 반대하는 집회 개최를 계획하고 있는 등 카드사의 정책에 강하게 맞서고 있다.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 관계자는 “무서명 거래 확대는 밴 대리점의 생존권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집회를 통해 강력하게 입장을 표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금융당국이 허가해준 온라인 발급 확대 방안도, 카드모집인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카드사의 숨통을 트여주기 위해 정부가 온라인으로 신용카드 발급 신청 시 연회비 면제·경품 지급 등을 가능토록 했지만 밥그릇을 뺏기는 카드모집인들의 반발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모색하고 있는 생존 전략은 어느하나 제대로 되고 있는 게 없는 실정이다.

영세자영업자의 부담 완화, 소비자 편의 향상, 밴대리점의 생존 모색 등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약자보호라는 미명 하에 대기업이라고 무조건 궁지로 몰아붙인다면 더 이상 상생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실제로 카드업계가 힘들어지면서 지난해 연말부터 수천명의 직원들이 희망퇴직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특히 긴축재정에 나선 카드사들이 부가서비스 축소에 나서면서, 이로인한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나름대로의 불만 때문에 카드사 뿐만 아니라 또다른 누군가가 피해를 입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금융당국의 절충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기이다. 벼랑으로 내몰리는 카드업계를 구제해주고, 또다른 피해를 받는 누군가를 구제하기 위해서 좀더 효율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할 시기이다. 멀리 내다보지 못한 정책은 탁상공론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금융당국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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