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직장인 김씨(31)는 며칠 전 입출금 통장을 개설하기 위해 은행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만 했다. 대포통장 예방을 위해 통장 개설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통장 사용 목적과 그에 맞는 서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처음 방문한 서울 광화문에 있는 A은행 점포에서는 직장에서 재직증명서를 떼서 인근에 점포로 가라고, 직장 인근 점포에서는 자택 주변으로 가라며 서로 떠넘기는 탓에 결국 통장 개설을 포기했다.
그는 "단순히 통장 하나 만드는 것인데 너무 따지는 것이 많다"면서 "대포통장을 막는데 왜 애꿎은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그 가운데 하나가 대포통장 예방 대책이다.
대포통장 개설을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강화된 통장 개설 절차가 올해 더욱 심해지면서 소비자들이 통장 개설을 위해 점포 이곳저곳을 헤매고 있는 상황이다. 통장을 쉽게 만들어 주는 점포를 찾아 떠도는 이른바 '통장난민'이다.
시중은행은 신규 통장 개설자에게 금융거래 목적확인 증빙서류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급여 계좌를 만들려면 재직증명서·급여명세표 등을, 자동이체 계좌를 만들려면 공과금 고지서 등을 내야만 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성명·주민등록번호를 통해 실제 계좌의 소유자인지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다.
때문에 단순히 돈을 보관하려는 목적의 통장은 사실상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이달부터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강화되면서 '대출난민'도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급하게 생활자금이 필요한 서민들이 돈 빌릴 곳을 찾아 금융사들 전전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금융당국에서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보험사, 저축은행 등의 대출 역시 옥죄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서민들이 고금리의 캐피탈,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 대부업에서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낮은 금리의 주택담보대출을 두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대출을 이용해야만 하는 셈이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한씨(32)는 "조그만 가계를 차리기 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고 했지만 소득이 일정하지 않다면서 거절됐다"면서 "여러 은행을 돌아다니고 캐피탈 등 다른 대출도 알아봤지만 단순히 신용대출만 갖고는 자금이 부족해 당분간 창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외에 정부가 금리단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중금리대출 역시 은행별로 심사 기준이 달라 승인나는 은행을 찾아 동시에 3~4가지 상품에 신청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