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국내 금융사들이 소비자들의 민원 줄이기에 올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올해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가 민원 감축이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관련 조직 및 시스템을 정비해 민원을 줄이겠다는 방침이지만 그 동안 기승을 부렸던 블랙컨슈머의 출몰은 더욱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금융권은 악성 민원에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세부 기준 마련을 당국에 요구하고 나섰다.
금감원은 최근 금융사의 민원 건수뿐만 아니라 상품 개발 및 판매, 사후관리 등 전 과정에 걸쳐 소비자보호 조직과 시스템을 세부적으로 평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민원처리 비용의 '수익자 부담원칙'이 적용되도록 금융회사의 민원·분쟁 유발 등에 대한 금전적 책임(감독분담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대신 소비자보호에 적극적인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포상 및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에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민원을 감축하기 위해 조직 및 시스템 정비에 나섰다. 상품 판매 등 전 과정에 걸쳐 평가 범위가 확대된 만큼, 은행들은 새로운 평가방식을 적용해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민원 및 불완전판매 담당 부서에 대한 교육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강화라는 것은 결국 민원을 감축하고, 민원을 빨리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며 "은행들도 최대한 고객불만을 초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권 가운데 민원이 가장 많은 보험업권도 민원 감축에 나섰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보험업권이 차지하는 민원은 63.4%로 금융권 중 가장 많았다.
특히 보험업계는 민원이나 불완전판매를 유발하는 설계사들에 대한 조치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올해부터 보험상품 자율화가 적용된 만큼, 상품 개발 과정에 있어서도 민원 유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타 업권에 비해 민원이 많아 지난 2014년부터 꾸준히 관련 제도를 강화해 오고 있다"며 "올해에는 상품 개발시 민원이 유발될 수 있는 사항은 없는지 미리 점검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를 강화할수록 이를 악용한 악성 민원, 즉 블랙컨슈머가 발생할 우려는 더욱 높아진다. 특히 카드나 보험 등 제2금융권에서는 대금 결제, 보험금 지급 등의 과정에서 악성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민원평가 시 악성 민원에 대한 부분은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여전히 블랙컨슈머에 대한 세부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금융회사들의 애로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 모든 민원의 성격을 일일이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금융사들이 자체적으로 악성 민원을 걸러내고 이를 어떻게 대응할 지가 관건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민원에 적용될 기준의 중요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블랙컨슈머 관련 문제를 인지하고 '문제행동 소비자 대응매뉴얼'을 발간하기 위해 업계와 논의 중이다"며 "이를 통해 금융회사들의 체계적인 대응을 유도할 예정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