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양당 구조 타파와 정치 혁신'을 기치로 내건 국민의당의 항해가 시작됐다. 2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신당의 선장으로 추대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는 기존 양대 정당과 차별화를 강조하며 '제3당 혁명'을 향한 돛을 올렸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지 51일 만에 신당을 공식 출범시킨 안 대표는 "4·13 총선에 모든 것을 걸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총선 결과가 자신의 대권 가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안 대표의 연설문에는 결연한 의지가 묻어났다.
안 대표는 대표수락 인사말에서 "지금 이 기회가 어쩌면 제게 주어진,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며 "저는 국민의당에, 이번 선거에, 저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어 "우리가 새로운 길을 열지 못하면 대한민국에 더 이상 미래는 없다는 각오로 뛰겠다. 온몸이 부서져라 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천 대표도 "다른 야당에 건전하고 합리적인 경쟁으로 승부할 것을 제안한다"며 "누가 더 총선승리의 적임자인지, 누가 더 정권교체를 이룩할 적임자인지, 반성과 혁신, 정책과 인물, 그리고 정치력으로 경쟁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더민주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행사장을 꾸미는 데도 공을 들였다. 안·천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는 단상에 올라앉지 않았다. 대신 행사장에 마련된 원형 무대를 둘러싸고 앉았다. 참석한 다른 모든 당원과 같은 높이에서였다. 당원이 주인이고, 국민이 주인이라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원형 무대는 이번 창당대회가 국민이 스스로 만드는 이벤트라는 컨셉트로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무대를 꾸밀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이 '구도'"라고 했다.
서울이나 지지기반이 있는 호남이 아닌 대전을 택한 데도 숨은 뜻이 담겨 있다. 이 관계자는 "대전이 전략 지역이기도 하고, 창당대회를 할 때 의례적으로 세를 과시하기 위해 서울에서 여는 관행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전했다. 중원인 충청을 공략해 호남에서 불기 시작한 안풍(風)을 수도권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도 담겨있다.
이날 행사장에는 지지자 8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국민의당의 성공을 빌었다. 행사장 곳곳에는 '희망'을 상징하는 당의 색깔인 녹색의 천에 '지금 담대한 변화가 시작됩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내걸렸다. '될까? 됩니다!', '진짜? 진짜로!', '미래희망 안철수 미래정당 국민의당' 등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대형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안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단 하나, 진정한 변화이고 이를 위한 혁신"이라며 "정치의 완전교체, 국회의 전면교체, 인생을 위한 진짜 변화, 오직 그것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겠다. 그리하여 마침내 국회를 바꾸고, 정권교체를 이루고,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진짜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불명확한 당 정체성과 노선 문제, 구체적인 정책 부재, '호남 물갈이'를 둘러싼 공천 갈등 등 안 대표가 해소해야 할 난제들과 '제3당' 출현의 기대감이 어우러진채 안 대표의 '진짜 정치' 실험 무대의 막이 오른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