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이철의 고려대 교수팀이 외부 전기장에 의해 유발된 이층 그래핀의 반도체 특성이 층간 어긋남의 방향에 따라 크게 바뀜을 규명했다고 한국연구재단이 전했다. 이 연구성과는 기존의 실리콘보다 전자 전달 속도는 10배 이상 빠르고 훨씬 더 미세한 공정이 가능한 그래핀의 전자 소자 적용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려 초소형 고효율 트랜지스터의 개발을 앞당기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핀은 열적, 전기적 특성이 뛰어나고 강철보다 단단하며 거의 투명해 실리콘을 대체할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지만 전기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밴드갭이 없어 그 동안 전자 소자로 개발이 어려웠다.
연구 결과 이층 그래핀의 한 층을 다른 한 층에 대해 수평 방향으로 살짝 어긋나게 했을 때,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어긋나는가에 따라 밴드갭을 발생시키는 전기장이 '0'이 되기도 하고 매우 큰 값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교수는 "친환경적 소재인 탄소물질의 상온 위상절연체 상태를 연구해 물질에 대한 물리학적 이해에 기여하고 환경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지난해 12월 게재됐다.
☞ 에너지밴드 구조 (Energy band structure)
양자 물리학은 물질의 성질을 에너지밴드 이론으로 설명한다. 전자는 에너지 밴드에 해당하는 에너지만을 가질 수 있다. 전자가 가득 채워진 에너지밴드를 원자가밴드(valence band)라 하고, 그 위에 전자가 없는 에너지밴드를 전도밴드(conduction band)라 한다.
☞ 밴드갭 (band gap)
원자가밴드와 전도밴드 사이의 간격. 전자는 밴드갭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가질 수 없다. 밴드갭은 물질의 전기적 특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양으로, 밴드갭이 0이면 금속성을 밴드갭이 유한한 값을 가지면 반도체 (또는 절연체) 특성을 보인다.
☞ 제일원리계산 (First-principles calculations)
현대 물리학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인 양자물리학에 기반하여 물질의 특성을 컴퓨터 시뮬레이션 하는 방법이다.
☞ 페르미 준위 (Fermi level)
전자가 채워진 가장 높은 에너지. 페르미 레벨이 밴드갭 안에 위치하면 반도체 (또는 절연체) 특성을 보이고 페르미 레벨이 에너지 밴드 안에 위치하면 금속성을 보인다.
☞ 위상 상태 (topologically nontrivial state)
기존의 양자 물리학은 물질의 성질을 에너지밴드로 설명해왔으며, 전자의 파동함수는 물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여겼다. 실제로 이런 설명은 매우 잘 맞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파동함수에 의해 결정되는 위상상태가 물성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 알려졌다. 에너지밴드 이론에서 절연체는 단순히 밴드갭으로 정의되지만, 위상상태가 다른 여러 가지 위상 절연체 상태가 존재할 수 있다.
☞ 디랙원뿔 (Dirac cones)
에너지밴드 구조는 보편적으로 운동량을 x-축 그리고 에너지를 y-축으로 놓은 평면 그림으로 표현된다. 에너지밴드는 포물선 형태의 이차 함수이며, 포물선의 곡률은 그 밴드에 속한 전하운반자의 유효질량 (effective mass)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래핀의 페르미레벨 근처 에너지 밴드는 직선이고 따라서 전하운반자의 유효질량은 0이다. 이와 같은 에너지-운동량 관계는 전하운반자가 상대론적 영역에 있다는 의미이고 상대론적 파동방정식인 디랙 방정식으로 기술된다. 평면 그림에서 직선으로 나타나는 밴드는 3차원 그림에서는 원뿔이 되기 때문에, 디랙 방정식으로 기술되는 밴드를 디랙원뿔이라고 부른다.
☞ 디랙에너지 (Dirac energy)
각각 전도밴드와 원자가밴드에 대응하는 위와 아래의 디랙원뿔이 만나는 에너지를 디랙에너지라 부른다. 평면 그림에서는 두 개의 직선 밴드가 교차하는 에너지에 해당한다.
☞ 그래핀 (graphene)
다이아몬드 또는 숯과 같이 탄소만으로 이루어진 물질. 탄소들이 모여 벌집 모양의 평면 구조를 형성한 물질이다. 그래핀 층이 쌓여 흑연이 된다. 그래핀은 전기적 특성이 뛰어나고 강철보다 단단하며 거의 투명하다.
☞ 이층 그래핀 (bilayer graphene)
두 개의 그래핀이 쌓인 물질이다. 이층 그래핀은 그래핀과 같은 장점을 가질 뿐 아니라, 그래핀 층에 수직한 외부전기장을 이용해 밴드갭을 조절할 수 있어서 실리콘을 대체할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 암체어 방향 (arm-chair direction)
암체어 방향으로 그래핀을 자르면 가장자리가 팔걸이 의자모양이다. 탄소-탄소 결합 방향에 해당. 탄소-탄소 결합에 수직한 방향으로 자르면 가장자리가 지그재그 형태이므로 지그재그 방향 (zigzag direction)이라 부른다.
☞ 층간 어긋남 (lateral interlayer shift)
층밀리기 변형과 (shear strain) 유사. 양손바닥을 비빌 때 한 손바닥이 다른 손바닥에 대해 수평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이층 그래핀의 한 층이 다른 층에 대해 수평 방향으로 약간 이동한 상태다.
☞ 전계효과트랜지스터 (FET·field-effect transistor)
반도체 평면에 수직한 전기장을 걸어 전류의 흐름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효과를 일으키는 전자소자다. 대부분의 전기회로에서 활용한다. FET의 단순한 구조는 소스, 드레인 및 게이트라고 불리는 전극으로 구성된다. 소스와 드레인 전극사이에 전류가 흐르고, 게이트전극에 전류에 수직한 전압이 인가되어 전류흐름을 조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