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대 총선을 말한다] ⑩끊이지 않는 여론조사와 조작…그 아슬아슬한 줄타기

2016-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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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권력’ 여론조사의 불편한 진실 Ⅲ. 음해성·유도성 여론조사, 그리고 표의 등가성 훼손

87년 체제 이후 총선 결과. 여론조사는 과학이다. 동시에 예술이다. 분초를 다투며 변하는 민심을 기술적 진보로 커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여론조사 자체가 '사회적 자본(신뢰)'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비롯해 참여민주주의, 신속한 정보교환 등을 필수로 한다. [그래픽=아주경제 임이슬 기자 ]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2016년 4·13 총선을 시작으로,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대선), 2018년 제7대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 등이 잇따라 열린다. 특히 차기 총선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산물인 ‘87년 체제’, 외환위기를 초래한 ‘97년 체제’ 이후 새로운 질서를 가늠하는 이른바 ‘정초(定礎) 선거’가 될 전망이다.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서거로 촉발된 민주화 시대의 역사 재평가작업과 맞물려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키는 국민이 쥐고 있다. <편집자 주>

여론조사는 과학이다. 동시에 예술이다. 분초를 다투며 변하는 민심을 기술적 진보로 커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여론조사 자체가 '사회적 자본(신뢰)'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비롯해 참여민주주의, 신속한 정보교환 등을 필수로 한다.
문제는 사회적 자본의 연결고리가 끊어졌을 때다. 악마의 유혹에 빠진 누군가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할 경우 '보이지 않는 검은손'이 민심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여론조작'이라는 음모론이 사회 전체를 휩쓸면서 사회적 자본을 송두리째 앗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사회적 자본의 적색 경고등이 위험 수위에 다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내년 4·13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과 쟁점 법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2+2 회동'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


◆여론조사, '조작도구' 전락 한 끗 차이

26일 여야 관계자들과 전문가의 말을 종합하면 여론조사의 '보이지 않는 손'의 대표적 유형으로는 △음해성 여론조사 △유도성 질문 △표의 등가성 훼손 등이 있다. 이 모든 것은 여론조사 결과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실제 당 잔류를 선언한 강동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지역에서 자신의 탈당을 가정으로 한 여론조사가 실시되는 것을 포착,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즉각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A후보 측의 의뢰로 서울의 B여론조사업체가 실시한 이 조사의 질문지는 '만약 20대 총선에서 ○○○ 후보가 ○○○당으로, 강동원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선생님께서 다음 중 누구를 지지하겠습니까'였다.

이는 공직선거법 제108조(여론조사의 결과공표 금지 등)와 선거여론조사기준 제6조 제1항 및 제4항 등에서 금지한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편향될 수 있는 질문지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일종의 '가정'을 통해 흑색선전과 인신공격, 음해성 선거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본청. 26일 여야 관계자들과 전문가의 말을 종합하면 여론조사의 '보이지 않는 손'의 대표적 유형으로는 △음해성 여론조사 △유도성 질문 △표의 등가성 훼손 등이 있다. 이 모든 것은 여론조사 결과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tlsgud80@]


◆도사리는 '유도성 질문' 함정…여론조사는 非등가성?

유도성 질문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는 주로 국책사업 관련 여론조사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이다.

가령, 케이블카 관련 조사의 찬반을 물을 경우 '추진의 필요성' 등 긍정적인 질문항을 넣을 때와, '경제적 타당성 결여 및 환경 문제' 등의 부정적 질문을 삽입할 때의 조사 결과가 상이할 수 있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위험성이 담보된 사업의 경우 '단순히 사업 추진에 대한 찬반'을 묻는 것과, '귀하의 주거지 근처에 ○○○가 건설된다면' 등의 반대 유도성 질문의 결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상반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민심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블랙 코미디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2012년 총선 전 정국을 들썩이게 했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공천 경선에선 표의 비등가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새누리당은 내부 경선에서 복수의 여론조사기관의 표본을 RDD(임의걸기) 방식으로 추출했다. 반면 야권은 ARS 조사는 KT 등재번호, 전화면접조사는 RDD(임의걸기)로 이원화했다. 야권 조사 방식에 KT 등재번호가 중복될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낸 셈이다. 이른바 표의 등가성 훼손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여론조사의 한계와 관련해 "오차범위 내에서 오고 가는 미세한 등락에 대해서 큰 의미를 부여한다면, 거시적인 민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여론조사나 정치권도 표본의 대표성 등을 늘릴 수 있는 방법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관계자도 "정치권이 당내 후보 선정을 여론조사 경선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사회적 문제나 쟁점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사회조사가 선거를 대치하고 있다"며 "이는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대단히 위험한 행위"라고 말했다.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 TV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방송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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