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김혜란 기자 =쉽지 않은 길이었다. 아니, 어쩌면 태초부터 그의 운명은 '좁은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홀로 고독과 싸우는 '뜨거운 태양'처럼. 2008년 18대 총선 직전 탈당했다. '허허벌판 혈혈단신'으로 탈당,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2년 뒤 복당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18대 총선과 보궐선거로 당선된 무소속 의원 가운데 홀로 남았다. 끝내 복당했다. 당의 전북도당위원장까지 지냈다. 하지만 다시 광야로 나왔다. 지난달 17일 더불어민주당(구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유성엽 무소속 의원 얘기다. 유 의원은 현재 안철수 신당인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당헌기초위원장을 맡고 있다.
유 의원을 만났다. 그는 창당이 임박한 국민의당 출현을 '한국 정치의 새판 짜기'로 정의 내렸다. 야권 주도세력 교체를 넘어 거대 양당 체제를 허무는 역할을 소명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4·13 총선에서 제1야당이 아닌 '과반을 확보한 제1당'도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물론 전제조건은 있다. 보수정권 8년간 지속된 경제난을 극복할 수 있는 경제정책과 비전 제시와 당내 민주화 등 차별화된 당의 운영이다. 유 의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시간 동안 진행했다.
"국민의당의 지향점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함께 가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본 한국갤럽 조사((1월 첫째 주 조사 결과. 안철수 신당 21% vs 더민주 19%)를 보니까, 안철수 신당이 더민주를 2%포인트 앞섰더라. 호남에선 신당이 41%, 더민주가 19%였다. 특히 신당이 새누리당 지지층을 많이 잠식하고 있다. 더더욱 좋은 일이다. 앞으로 국민의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보수와 진보의 양 날개 구축은 교과서적인 말이기도 하다. 안철수 신당의 밑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려달라. 국민의당 창준위 당헌기초위원장을 맡았는데.
"잊어선 안 될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당 지도부의 기득권 내려놓기를 통한 철저한 '당내 민주화 구현'이다. 두 번째는 현장이 중심이 된 '풀뿌리 분권정당'이다. (몇몇 명망가 중심의) 중앙 지도부만으로는 안 된다. 이들이 스피커가 돼선 안 된다. 마지막으로는 당헌·당규에 구체적인 내용을 최대한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담보하지 않으면, 당 운영 과정에서 편법이 난무하는 기존 정당의 악습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이 경제정당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에 돌입했다. 국민의당도 20대 차별화된 경제정책이 중요할 것 같은데.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경제난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경제 파탄이 올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 5년·박근혜 정부 3년간 파탄 난 경제를 극복할 수 있는 경제정책과 비전 제시가 중요하다. 국민적인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경제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여기에 적절한 선거전략, 즉 좋은 인재 영입 등이 결합할 경우 많은 국민들이 국민의당을 지지할 것이다. 충분히 제1야당을 넘어 제1당이 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과반(150석) 의석도 가능할 것이다."
-앞서 말한 경제정책과 차별화된 당 운영 등의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안철수 신당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30~40석에 그칠 수 있다. 이 경우 분당과 선거 실패에 대한 '안철수 책임론'이 부각될 수 있다. 모든 선거에는 책임이 따른다. 국민의당이 제1당, 즉 혁명적 결과를 만들려면 거대 양당과는 다른 당의 운영과 인재 영입을 위한 문호 개방, 차별화된 경제정책과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우리가 이 모든 것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실패할 수도 있다."
-핵심은 역시 '호남 민심'이다. 호남 민심이반은 '일시적인 현상'인가, 아니면 '고착화된 흐름'인가.
"호남 민심은 더민주에 대해 관심을 꺼버린 상태다. 호남권 의원들이 잇따라 탈당하고 있다. 동교동계의 좌장 권노갑 전 상임고문도 탈당하지 않았나. 큰 의미가 있다. 더민주가 몇몇 영입된 신진 인사를 발표하지만, 전혀 울림이 없다. 국민의당에 대한 기대가 일시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우리 하기에 달렸다. 하지만 국민의당 역시 기존 정당의 구태를 반복하거나 정책과 비전으로 감동을 못 준다면, (새누리당과 더민주와) 똑같아진다."
-일각에선 호남발(發) 엑소더스가 수도권으로 북상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국민의당을 놓고 '호남 자민련'이라고 비판한다. 전국정당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나.
"4·13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까지 내다보고 있다. '호남 자민련'이란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 국민의당은 정치권의 주도세력을 교체하기 위해 나왔다. 핵심은 새로운 정치질서 구축이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시대를 넘어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 보수정권 8년간 과거 산업화 시대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나. 야당도 민주화 시대 향수에 젖어 그때의 행동양식에서 한 발짝도 못 벗어났다. 우리가 과도기의 혼란을 겪고 있는 이유다. 국민의당에 엄청난 책무가 부여돼 있다."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는 교섭단체 구성이다. 지난 13일까지 더민주 의원 14명이 탈당했다. 외곽에 있는 천정배·박주선 의원까지 합치면 16명이다. 박지원 의원 등의 후속 탈당이 이어진다면, 어렵지 않게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것 같다.
"교섭단체 구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국민께 안정감과 기대감을 줄 수는 있다. 또한 총선 전 정당보조금을 확보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원칙 없이 교섭단체를 구성해선 안 된다. 바로 총선 정국 아닌가. 각 정당이 총선 레이스를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국민의당이 (금명간) 교섭단체를 구성한다면, 거대 양당 체제의 문제점과 다당제의 필요성 등에 대한 메시지는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기대가 모인다면, 총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국민의당 창준위 인선 관련 질문이다. 안 의원 측 '박선숙·이태규' 라인이 전면에 부상했다. 일각에선 안 의원의 측근이 전면 배치됐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 김한길 의원이 창준위 상임 부위원장을 맡지 않았나. 저도 당헌기초위원장을 맡았다(웃음). 집행위원장을 맡은 박선숙 전 의원도 (민주당에서) 같이했던 분이다. 누가 더 중심에 섰다고 보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앞서 말한 대로 국민의당은 당내 민주주의가 철저히 보장되는 방향으로 당을 설계할 것이다. 당 대표 등 지도부의 기득권을 과감하게 내려놓고, 현장이 살아나는 풀뿌리 분권정당으로 가야 한다."
-일각에선 야권 재편 과정을 놓고 신진 인사 중심의 안철수 무소속 안과 김한길 무소속 의원이 충돌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실 정치 아니냐. 두 가지를 병행해야 한다. 굳이 칼로 무 자르듯 양분해서 볼 문제는 아니다. 누구의 측근이라고 공천 주는 식으로 운영해선 안 된다. 탈당했다고 공천을 보장할 수 있나. 철저하게 민주적이면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투명한 방법으로 후보를 걸러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합리적인 경선 방식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민주에서 주장했던 '숙의(熟議) 선거인단 공천제'를 국민의당 당헌·당규에 반영할 수 있나.
"유력하게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당위원장 시절 숙의 선거인단 방식(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선거구별로 무작위 추출된 200~400명이 자격심사위를 통과한 모든 후보를 대상으로 숙의 과정을 거쳐 평가. 단, 선거인단은 성별·연령별·지역별 조정해 선출)을 제안했다. (더민주에서) 컷오프도 많이 당해보지 않았나(웃음). 저만큼 경선 방식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도 없다. 국민의당에선 무슨 전략공천한다든지, 이런 것은 있을 수 없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박영선 더민주 의원, 김성식 전 새누리당 의원, 이상돈 중앙대 교수 등 외곽지대에 머무는 인사들이 많다.
"정 전 장관이 지난번 문재인 더민주 대표의 복당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나. (합류) 시점의 문제만 남았을 뿐, 함께할 것으로 본다. 물론 (개인적으로) 요청도 했다. 언급한 분 중 상당수가 합류할 것이다. 이분들 말고도 많은 분들을 만나고 있다. 인재 영입 대상자를 발표하면,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분도 있다. (-직접 섭외하신 분 중에도 그 대상자가 있나.) 그렇다."
-천정배 무소속 의원의 국민회의와 박주선 신당 등이 각개약진 중이다. 그쪽과의 통합 문제는 어떻게 전망하나.
"국민의당이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선 꼭 필요한 부분이 제(諸) 신당 세력을 하나로 묶는 것이다. 오는 2월 2일 창당 때 다 함께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천 의원의 선거전략 중 하나가 '수도권 연대·호남 경쟁'이다. 이른바 투트랙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는 제1야당이 아닌 제1당이 목표다. 굳이 수도권 연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당 차원에서 '당대당' 차원의 연대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이게 기본 입장이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 개별 지역적으로 후보 단일화 등이 일어날 수는 있다. 제 신당 세력이 통합하는 과정에서 합의된 원칙을 정할 수 있다."
-20대 총선 이후 더민주와 야권통합 논의에 나설 여지는 있나.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이 선택한 결과에 따라 4년간 정치를 한 뒤 다시 심판받는 게 바람직하다. 더민주가 지금 식으로 나간다면, 교섭단체 구성도 어렵다. 굳이 총선 이후 정계개편을 할 필요성이 있겠나. 총선 이후 개별적으로 국민의당에 합류하고 싶어 하는 의원들의 의사는 막을 수 없겠지만,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없을 것이다."
유성엽 무소속 의원 프로필
△1960년 1월 25일 전북 정읍시 출생 △전주고등학교 졸업(1978)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졸업(1984) △제27회 행정고시 합격(1983) △내무부 지방자치기획단(1991~1996) △전라북도 문화관광국 국장(1997~1998) △전라북도 공무원교육원 원장(1998~1999) △전라북도 경제통상국 국장(2001~2002) △전라북도 정읍시장(2002~2006) △제18대 국회의원(2008~2012)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야당 간사(2014)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당위원장(2015) △제19대 국회의원(2012~현재) △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당헌기초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