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수년 째 인수‧합병(M&A) 최대어로 꼽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새 주인 찾기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한화테크윈이 KAI 지분을 매각해 사실상 인수를 포기한데 이어 두산도 11일 4.99%(총 487만3754주) 전량을 3046억원에 매각했다. 이로써 민영화를 준비하던 KAI의 새 주인 찾기는 쉽지 않게 됐다.
자금난에 시달렸던 기업들이 잇따라 KAI 지분을 매각하며 현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KAI를 품을만한 자금력이 안 되는 상황에서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최선으로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당초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두산이 첫 주자로 나설 것으로 관측됐지만, 시장의 예상을 깨고 유력한 인수 후보군이었던 한화테크윈이 먼저 KAI의 지분을 팔았다. 이에 KAI의 지분 매각 작업이 올해도 공회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새 주인 찾기는 오리무중인 상태다.
항공우주사업은 시장 잠재력이 큰 고부가가치 사업분야로 매력적인 매물이다. 정부도 ‘항공산업발전 기본계획’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세계 7위 도약 목표를 설정한 만큼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에 정부가 과거 여러 차례 KAI 매각을 추진했지만, 방위산업체라 해외 매각이 불가능하고 국내에서도 인수 희망자가 마땅치 않아 번번이 실패했다.
특히 치솟은 몸값을 감당할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2013년 6월 3만원이었던 KAI 주가는 연이은 블록딜로 주춤하긴 했지만, 이날 종가기준 6만4900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지난해 말 KAI 주가는 주당 8만원까지 육박했다.
KAI 내부에서는 민영화 시점보다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향후 투자의지가 있는 업체의 인수 의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18조 규모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등을 안전하게 마무리 지으려면 당장의 민영화 보다 국내 항공산업이 G7 궤도에 오른 뒤 새 주인을 찾아도 늦지 않는다는 입장도 있다.
KAI 관계자는 “이달 마지막 주에 투자자,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기업설명회를 통해 KAI의 잠재력과 비전을 ‘붐업’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2대 주주 현대차(10.0%)와 항공우주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은 대한항공을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놓고 있다.
특히 정몽구 회장이 1996년 그룹 회장으로 취임 당시 미래 주도산업인 우주 및 항공 산업과 같이 성장 잠재력이 큰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겠다고 큰 그림을 그린 바 있다. IMF 위기가 닥치자 과도경쟁, 중복 투자 문제로 정부 빅딜로 1999년 삼성항공, 대우종합기계, 현대우주산업의 항공부문 3사가 통폐합되긴 했지만, 자동차 이후의 먹거리로 항공우주산업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도 800만대 이상 글로벌 판매고를 올리면서 양적성장을 넘어 미래 신성장동력을 준비할 시점”이라며 “항공우주산업에 뛰어들 경우 설계 노하우 접목은 물론 부품, 물류 등 수많은 계열사로 절충교역 등이 가능해 글로벌 공략에 이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