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2015년에는 청사진에 맞게 조직과 여건을 정비했다면, 2016년은 실행에 옮기는 한 해가 될 것이고 당장 1월부터 그 성과를 보여줄 것입니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4일 본사 집무실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신년인터뷰에서 이같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회장이 신년사 화두로 '불위호성(弗爲胡成)'을 꺼내든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서경(書經) 상서편에 나오는 '불려호획(弗慮胡獲) 불위호성'은 생각하고 그에 따라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이경섭 신임 농협은행장에 거는 기대도 컸다. 김 회장이 내세웠던 ‘농협금융 2020 중기전략’을 함께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파트너라는 것이다. 2020 전략에는 현재 311조원인 자산을 2020년까지 380조원으로, 연간 5250억원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2조원대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가 담겨있다.
김 회장은 "이 행장은 그 누구보다 2020전략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인만큼 수익성 향상은 물론 여신심사시스템, 리스크 관리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회장은 "특히 올해는 계좌이동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소비자 선택권이 다양해진다"며 "이런 부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지원해 고객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가가 경쟁의 관건이다"고 말했다.
고객을 중심으로 업무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가장 가까운 예로 콜센터를 들었다. 김 회장은 "고객들은 조금만 불편해도 거래 금융사를 바로 옮긴다"며 "고객과의 접점인 콜센터를 정비하기 위해 일종의 메뉴얼인 종합개선방안을 마련했고, 이달 중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부부서의 영업점 지원도 강화했다. 김 회장은 "영업점 직원들이 고객과 소통해도 본부의 지원이 없으면 질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다"며 "수석부행장이 소관하는 원스톱 협의체를 둔 것도 현장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진출전략 역시 농협만의 강점으로 차별화했다. 해외점포라고는 뉴욕 지점과 북경 사무소, 하노이 사무소가 전부임에도 김 회장이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농업금융'에 있다. 단순히 해외지점 숫자를 늘리는 것에는 의미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회장은 "중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를 공략하고 있다"며 "대부분 동남아 국가는 농업이 큰 비중을 차지해 농업금융에 대한 니즈도 높다"고 말했다.
중국과 베트남은 현지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 추진 중이고 중국에는 합작을 통한 직접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인도에도 지점 개설을 위한 사무소 설치도 곧 이뤄질 전망이다.
또 홍콩에 은행·증권·보험을 한데 묶어 취급하는 파이낸셜센터도 세운다. 이 센터를 통해 농협금융은 해외 기업과의 합작 및 지분 투자를 추진하고 해외 영업망도 넓혀나간다는 방침이다.
농협금융은 리스크 관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기존의 금융연구센터를 NH금융연구소를 변경하고 산업분석팀을 신설했다. 김 회장은 "그간 농협금융의 취약점으로 지적됐던 부실여신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산업분석팀을 만들었다"며 "여기에 채용된 전문인력들은 157개 업종을 전망하고, 부실징후가 나타나면 빨리 치유할 수 있도록 체크하는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김 회장이 금융지주에 '기업투자금융(CIB)활성화협의회'를 새로 만든 것 역시 리스크 관리차원이다. 계열사 투자금 전략을 공유하고 공동투자 등 협업 활성화를 꾀한다. 은행, 증권, 생명, 손해, 자산운용 등의 법인의 담당 간부 및 부서장들이 격월로 모여 의견을 나누면서 금융지주사의 시너지도 낼 수 있다.
아울러 김 회장은 새 먹거리로 사모펀드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은행과 증권으로 이원화됐던 프라이빗에쿼티(PE)사업조직을 NH투자증권으로 일원화한 것이다. 또 올해부터 NH투자증권의 역량을 키워 헤지펀드 사업을 새로 시작하고 다양한 형태의 사모펀드(PEF)를 설립 및 육성해 수익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올 하반기 중 등장하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대비책을 물었더니 김 회장은 "모바일 플랫폼 구축 및 중금리 대출 출시로 모바일 시장 선점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상반기 중에는 모바일융합플랫폼 올원 뱅크(All-One Bank)와 생체인증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향후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참여 여부는 추후 재검토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은행법 개정 및 2단계 추가인가 진행 등 선결이 필요한데다 금융당국의 심사기준, 인가 가능성 등을 고려해 참여를 할 것인지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