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벌이 부부인 30대 직장인 김선희(35·가명·여)씨는 요즘 직장을 그만둘까 고민중이다. 7살 큰 딸 아이는 번번이 유치원에 당첨?되지 못해 3년째 비싼 사설학원에 다니고 있고, 3살 아들은 다행히 보육료를 지원받는 어린이집에 다니긴 하지만, 퇴근 전까지 베이비시터에게 두 아이를 맡기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내년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학원비와 베이비시터비는 오히려 월급을 넘어선다.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다. 김씨는 “차라리 그럴 바엔 집에 눌러앉아 두 아이를 보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 서울 구로구에 사는 40대 주부 정은숙(42·가명·여)씨는 지난 해부터 학교급식조리원으로 일하고 있다. 2년 전 집 사느라 대출받은 1억5000만원 원리금 상환에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4학년 두 아이의 학원교육비, 생활비까지 늘어나 350만원 남짓한 남편 월급으로는 생활이 빠듯했기 때문이다. 매일 8~9시간 일하며 중학생 130명분의 음식을 만드는 정씨의 한달 월급은 대략 130만원. 그 돈은 고스란히 아이들 학원비로 들어간다.
◆ 무상보육·사교육비 절감
3-5세 누리과정 예산 역시 정부 출범 3년 만에 사라지고 있다. 중앙정부 어느 부서에도 없고 전국 각 교육청 어디에도 예산이 잡히지 않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서울시 올해 예산에서도 누리과정 2521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이대로 간다면 개별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누리과정 예산을 지급하는 이달 20일쯤부터는 ‘보육대란’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부에서 지원받던 보육비 20여만원씩을 각 가정이 부담해야 한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이후 예산 편성 시기 때마다 일방적으로 시도교육청에 보육예산을 떠넘겼고, 지난 해 10월에는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교육청 의무지출경비로 누리과정 예산을 포함시켰다. 각 지자체 및 시도교육청과의 갈등으로 예산이 편성되지 못하자, 부랴부랴 지난 해 12월 임시국회에서 누리과정 예산으로 예비비 3000억원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누리과정 예산 2조원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예산 뿐 아니라 부모들이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이 부족하다는 것도 가장 큰 문제다.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1995년 전체의 11.3%에서 지난 해 5.7%로 떨어졌고 유치원도 공립에 들어가는 건 ‘로또’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학교가 오후 5시까지 책임지고 돌보는 초등학교 ‘온종일 돌봄학교’나 맞벌이 부부 자녀들을 위해 오후10시까지 운영하는 ‘온종일 돌봄교실’ 역시 들어가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지난 해 전국적으로 5972곳의 초등학교에서 1만2380개의 돌봄교실이 운영돼 24만여 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대기자수는 각 학교마다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100명 가량이나 된다.
돌봄교실의 문화·예술, 체육 등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으로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정부는 말하고 있지만, 1-2학년만 무상일 뿐 3학년 이상은 특강비가 평균 10만원이 든다. 한 학부모는 “오후 5시 돌봄교실 이후 학원은 따로 보내야 하니까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가계소비 중 교육비 비중은 일본이 2.2%. 프랑스가 0.8%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7.4%에 달한다. 교육개혁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매년 2000억원씩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 총 사교육비 규모를 17조원으로 경감한다는 계획이지만, 물가 상승과 과열되고 있는 사교육 열풍으로 국민 체감도는 떨어지고 있다.
◆ 집걱정 없는 세상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집걱정 없는 세상’이라는 슬로건인 주택정책 공약으로 ‘행복주택’과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를 내걸었다.
그러나 대표적인 주택정책 공약인 ‘행복주택’은 최근 대형건설사들이 주도하는 민간임대주택사업인 ‘뉴스테이’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다.
당초 철도 유휴용지 위에 2017년까지 20만 가구를 짓겠다던 행복주택 목표는 14만 가구로 축소됐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사실상 기존에 있는 공공임대주택과 크게 다른 점을 찾기 어렵다는 게 한계다.
게다가 행복주택이 주로 도시 외곽 택지지구 등에 공급되고 있어 신혼부부 주거안정대책으로는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국민임대주택 신혼부부 특별분양 물량이 2008~2013년까지 미달됐다. 서민 주거 문제라는 근본 목표 달성보다 박 대통령 대선 공약을 임기 내 지키기 위해 물량 위주로 공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는 집주인(임대인)이 전세보증금 해당액을 본인의 주택담보대출로 조달하고, 동 대출금 이자는 세입자(임차인)가 납부·부담하는 제도인데, ‘전셋값 폭등’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정부는 올해 말로 '목돈안드는 전세' 제도의 세제지원을 일부 중단했다. 정책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직후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부동산 3법 개정 등으로 매매시장에 불을 지폈고 투자 바람을 부추겼다. 금리까지 낮추면서 ‘빚내서 집사라’는 식으로 시장을 유도해 오히려 전셋값을 폭등시키고 있다.
집권 이래 3년 동안 전세가 상승률이 매매가 상승의 2배를 넘는 13.96%에 달하고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서면서 전세 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늘어난 주택대출로 2012년말 963조였던 가계부채도 3년 후 눈덩이처럼 불어 1200조에 육박하고 있고, 가구당 평균 부채는 2012년 5291만원에서 2015년 6181만원으로 16.8%나 증가해 가계부채 발(發) 경제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대란이 올해 더 극심해질 것으로 우려하면서, 중장기적인 대책으로 전세가 진정을 위해 임대료 반환 보증을 의무화하고 월세 전환율 인하, 국지적 전월세 상한제 실시 등의 검토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