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는 분명 다른 분위기다. 2015 SBS 드라마는 지상파의 무게감과 비지상파의 트렌디함을 모두 잡았고, 예능은 요란스럽게 화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높은 시청률로 실속을 차렸다.
시청자는 시청률로 응답했다. 여형사로 변신한 김희애를 통해 워킹맘의 고단함을 담아낸 ‘미세스캅’(최고 시청률 15.8%·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기준·이하 동일)은 2015년 지상파 월화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시청률 메이커 주원을 내세운 ‘용팔이’(최고 시청률 21.5%)는 2013년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처음으로 시청률 20%를 넘긴 지상파 평일 드라마가 됐다. 뜻밖의 홈런도 터졌다. ‘상류사회’(최고 시청률 10.1%)가 지상파 드라마 주연 경력이 없는 유이, 박형식, 성준, 임지연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을 때 업계는 실패를 확신했지만, 제작비 170억원의 대작 MBC ‘화정’과의 시청률 차이를 불과 0.2%포인트까지 좁히며 숨통을 조였다.
반면 기대작의 성적은 부끄럽다. 영화 ‘베테랑’과 ‘사도’로 연타석 홈런을 친 유아인과, ‘사극 본좌’로 추앙받는 김명민 주연에 제작비 300억이 투입된 ‘육룡이 나르샤’는 이렇다 할 신드롬을 형성하지 못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키면서 간신히 체면치레만 하는 중이다. 2011년 최고 시청률 35.2%를 기록하며 국민적 인기를 누린 ‘시크릿 가듯’의 두 주역 현빈과 하지원은 각각 ‘하이드 지킬, 나’와 ‘너를 사랑한 시간’으로 SBS를 다시 찾았지만, 최저 시청률을 3.4%, 4.7%를 기록, 예전의 명성에 금만 간 꼴이 됐다. 김수로와 김정은을 캐스팅해 관심 끌기에 성공한 주말드라마 ‘내 마음 반짝반짝’은 출연진의 돌연 하차로 첫 방송 전부터 삐걱거리더니 출연 배우 이태임의 욕설 논란으로 시청률에 직격탄을 입어 26회 만에 조기 종영 했다. 당초 50부작으로 기획됐으니 작품이 반 토막이 난 셈이다.
한때 21%(2013년 2월17일·닐슨코리아)까지 치솟으며 일요일 강자로 군림했던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 숨 가쁘게 최저 시청률을 갈아치우더니 지난 13일에는 4.8%라는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10년 첫 방송한 이례 최악의 시청률이다.
‘런닝맨’의 몰락으로 간판 프로그램은 없어졌지만, 평일 심야 예능이 조용하게 잇속을 차렸다. 150주간 금요 예능 1위에 빛나는 ‘정글의 법칙’은 여전히 굳건하고, 직후 방송되는 ‘백종원의 3대천왕’은 쿡방 열풍의 후발주자의 후발주자로 평가받았지만, 시청률이 야금야금 오르더니 어느새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유재석의 종편 도전으로 관심이 쏠렸던 JTBC ‘슈가맨’, 강호동이 선두에 선 KBS2 ‘우리동네 예체능’과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불타는 청춘’은 예능계의 양대산맥 유재석, 강호동을 꺾고 화요일 심야 시간대에 우위를 점했다.
그럼에도 대표 예능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쉬지 않고 있다. 5년간 월요일 밤을 책임졌던 ‘힐링캠프’는 메인 MC 김제동, 그리고 객원 MC 광희, 서장훈을 내세우고 500명의 관객을 ‘시청자 MC’라 부르며 소통하는 토크쇼를 안착시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한때는 MBC 간판 예능 ‘무한도전’을 위협했지만, 시청률 급락으로 폐지했던 ‘스타킹’도 되살렸다. 지난 1일부터 평일 심야로 시간대를 옮긴 ‘스타킹’은 동시간대 시청률 꼴찌로 시작했지만 최근 방송된 2회분은 경쟁작을 모두 제치고 시청률 1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