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나라사랑카드 발급현장 가보니···카드 혜택 뒤로 하고 브랜드 이미지로 선택

2015-12-24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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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소 직원들이 24일 입영 대상자들에게 ‘나라사랑카드’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이정주 기자]
 

아주경제 이정주 기자 = “그냥 신체검사 전에 카드 하나 만들어야 한다고 하길래 평소 가족들이 쓰고 있는 KB국민은행 카드로 만들었어요”

24일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 서울지방병무청 제2징병검사장에서 징병검사를 받고 나온 권모(20)씨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지난 21일부터 나라사랑카드 2차 사업이 시작되면서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전국 각 병무청 징병검사장에 영업소를 설치하고 현장에서 ‘나라사랑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나라사랑카드는 징병검사에서부터 예비군까지 쓸 수 있는 카드로, 전자신분증, 전자통장, 체크·현금카드 기능 등이 스마트카드 IC칩에 내장돼 있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은 지난 6월 군인공제회C&C가 실시한 공개 입찰에서 10여년 간 단독으로 나라사랑카드를 운영해 온 신한은행을 제치고 복수사업자로 낙찰을 받았다. 장병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할인혜택을 제시한 덕분이다. 그러나 정작 카드를 발급하는 현장에서는 은행들이 준비한 혜택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등에 의해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날 재신검 대상자로 징병검사장을 찾은 권모 씨는 “심리검사 전에 2개 카드의 서비스가 적힌 안내장을 보긴 했지만 글씨도 작고 복잡해 자세히 읽지 않았다”며 “서비스가 거의 비슷할 것 같아서 그냥 평소에 자주 들어본 은행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영 대상자 김모(19)씨는 “신검은 지금 받지만 입대는 1년 후에 할 생각이라 어떤 은행이든 크게 관심이 없다”며 “입대할 때 신분증으로 쓰인다고 무조건 만들라고 해서 큰 은행으로 택했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징병검사 대상자들이 대체로 아직 소득이 없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남성이 대부분이라 카드 할인혜택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경향을 보인다”며 “입소문을 통해 두 업체의 혜택이 실질적으로 비교되기 전에는 당분간 브랜드에 의해 쏠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양 은행이 자사 상품을 홍보할 시간이 역부족해 입영 대상자들이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현재 징병검사장에서는 특정시간에 은행직원의 육성으로 각 2분간 홍보와 신체검사 접수 후 심리검사를 위해 컴퓨터를 사용하기 전 안내문을 통한 홍보가 전부다.

현장에서 근무 중인 한 은행 관계자는 “오전과 오후 각각 8시와 12시 30분에 양 은행이 대기 중인 검사자들을 대상으로 2분씩 짧게 홍보를 하고 있다”며 “이마저도 늦게 오는 징병검사자들은 설명을 들을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러나 징병검사장의 본연의 역할이 입영 행정인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는 것도 행정에 방해가 될까 싶어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나라사랑카드는 병무행정 간소화 및 사병 복지향상을 위해 지난 2005년부터 발급됐다. 당시에는 신한은행이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 사업권을 따내 10년간 운영해왔다. 신한은행은 매년 37만장, 지금까지 총 287만장의 카드를 발급했다. 국방부는 지난 6월 2차 사업자 공개입찰을 통해 복수사업자를 선정,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카드 부가서비스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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