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 전인지 “새 환경에 적응하고 즐기는 것은 제 장점…두려움보다 기대감 커”

2015-12-2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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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미국LPGA투어 진출 앞두고 기자회견…“롤 모델은 아놀드 파머, 좋아하는 음식은 버섯”…“남자친구 사귄 적 없고 앞모습보다 옆모습이 예쁘대요”…27일 출국해 몸만들기·훈련 시작

 

전인지                                                                                       [사진=KLPGA 제공]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휩쓸다시피 한 전인지(21·하이트진로)가 내년 미국 진출을 앞두고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전인지는 올해 한국에서는 마지막 공식 인터뷰 자리여서 그런지 “오늘 이 자리에서는 계급장을 떼고 편하게 얘기하지요”라고 운을 뗀후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미국 진출에 대한 각오와 적응력은

전인지는 “어렸을 적부터 양잔디가 심어진 코스를 좋아했어요. 프로 전향 직후 우승을 한 코스도 모두 양잔디로 된 곳이었지요. 한국 잔디에 약한 면모가 있었는데 올해는 그 징크스를 극복했습니다. 미국LPGA투어에 가면 지금보다 더 다양한 잔디에 적응해야 합니다. 양잔디는 자신있어요. KLPGA투어에서 3년간 뛰면서 어느정도 코스에 익숙해진 것이 사실이나 이제는 미국 등지의 새로운 코스를 접할 차례입니다. 기대가 큽니다.”고 말했다. 여느 선수들과 달리, 코스 적응면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뚜렷한 목표는 없다. 승수를 생각하면 그것이 곧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전인지는 “2015년은 너무 많이 이룬, ‘사고를 친 해’라고 할 수 있잖아요? 내년 미국에서는 시즌 상금랭킹 ‘톱10’에 드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같아요.”라며 웃는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브리티시여자오픈에 관심을 나타낸다고 덧붙인다. 그는 내년이 아니더라도,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에는 도전할 생각이라고 했다.

◆2016 리우올림픽 출전에 대한 생각은

내년 8월 리우올림픽에서 골프는 남녀 개인전 두 종목을 치른다. 비록 개인전만 열리지만 올림픽은 일반 골프대회와는 달리 국기를 달고 나가므로 선수들에게 또다른 동기를 부여한다. 한국여자골프는 강력한 우승후보다. 그런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올림픽에는 한 국가에서 4명까지 나갈 수 있다. 한국여자골프는 세계랭킹 톱10에 여섯 명이나 포진했다. 현재 전인지는 그 중 여섯째다. “올림픽이 다가오고 제가 출전권에 접근하면서 올림픽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올림픽이 동기부여도 되고요. 그러나 제가 원한다고 해서 대표가 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태극마크를 달고 나갈 기회가 있으니 열심히 한 후 결과를 기다리겠어요.”

◆‘롤 모델’은?

“미국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골프라는 카테고리에서 뛰어나다고 봅니다. 그런데 저는 골프 외의 영역에서 업적을 쌓은 사람을 본받고자 합니다. 그런 면에서 아놀드 파머(미국)를 떠올립니다. 올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후 그 분으로부터 격려 편지를 받고 감동했습니다. 골프에서 한 시대를 풍미하기도 했지만, 골프 외의 분야에서도 존경받는 사람을 본받고 싶습니다.”

◆미국LPGA투어에서는 슬로 플레이에 대한 규제가 강하다는데…

미LPGA투어에 진출하는 한국선수들은 초창기 한 번쯤 슬로 플레이로 페널티나 경고를 받곤 한다. 우리 선수들의 플레이속도가 느린 편인데다, ‘외부에서 온 루키’에 대한 기강확립 차원도 있다. 전인지는 올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거물 신인’이지만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전인지는 “플레이중 판정이 지연되거나 기다리다 보면 선수 누구에게나 부딪치는 문제가 슬로 플레이”라며 “선수들도 그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동반플레이어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고 말한다. 요컨대 한 선수가 볼을 찾느라 시간이 지체되면 그 선수는 동반플레이어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지며, 그 조 모두가 앞조를 따라잡으려 서두른다는 얘기다. 전인지는 “올해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그랬던 것같아요. 우리 조가 느렸던지 라커룸에 명단을 붙여놓았더라고요. 그걸 본 동료선수가 ‘느리지 않으니까 평소 하던대로 하라’고 말하더군요. 슬로 플레이에 대해 신경을 쓰되 너무 앞서서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하던 페이스대로 하면 별 일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2015년 KLPGA투어에서는 네 명이 슬로 플레이로 벌타를 받았다. 전인지 김민선 추희정 박세영이 그들이다. 전인지는 지난 4월 롯데마트여자오픈 첫날 5번홀에서 앞조와 간격이 벌어진 상황(아웃 오브 포지션)에서 샷을 하는데 90초를 소요해 1벌타를 받았다. 김민선도 그날 8번홀에서 슬로 플레이로 벌타를 받았다.)

◆학업과 투어, 두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전인지는 고대 국제스포츠학부 3학년이다. 대부분 ‘대학생 프로골퍼’가 그렇듯이 그도 일반 학생들처럼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미국으로 가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 반면 미국 대학에서는 운동선수라고 해도 학업에 예외를 두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 타이거 우즈, 아니카 소렌스탐 등 많은 선수들이 대학을 중도에 그만둔다. 그 반면 한국선수들은 입학하면 대부분 ‘무사히’ 졸업한다. 전인지가 대학생이라는 사실을 알면 미국 언론은 ‘어떻게 학업과 프로골프투어를 병행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할 게 뻔하다.

이에대해 전인지는 “1학년이던 2013년에는 학업에 대해 너무 의욕이 넘쳤지요. 학교에 갈 수는 없었으나 스스로 과제물을 찾아서 했지요. 레포트도 직접 손으로 작성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해외 대회에도 많이 출전하느라 학교생활을 소홀히 한 것을 인정합니다. 조금 걱정이 됩니다. 틈날 때마다 교수님에게 전화하고 학과 친구들에게 연락해 도움을 받습니다. 수업을 직접 듣고 친구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제 형편상 과제를 충분히 하면서 학업을 따라갈 생각입니다.”고 대답했다.

그는 대학에서 동아리활동을 못하는 것이 무엇보다 아쉽다고 한다. 그는 펜싱과 스킨스쿠버 동아리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가입만 하고 실제 활동을 못하면 무엇하느냐’는 생각에 동아리방 앞에까지 갔다가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미국생활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즐기는 것은 그의 장점이다. 전인지는 ‘이 대회가 아니면 내가 언제 미국의 이 지역에 와보겠는가?’는 생각아래 현지의 음식과 문화 등을 즐길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올해 몇몇 해외 대회에 나가면서 외국 친구도 사귀었다고 했다. 태국의 모리야·아리야 주타누가른 자매가 대표적이다. 전인지는 외국에서는 한국의 지인이나 동창을 만나는 일이 드물겠지만, 외국 친구도 있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마당이기 때문에 두려움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끔 팬이나 친구·가족이 보고싶어지면 어떡하나…”는 부분이 조금 걱정된다고 했다.

◆“남자친구는 없고 버섯을 참 좋아해요”

1994년8월10일생인 전인지는 지금까지 이성으로 사귄 남자친구가 없다. 호감이 간다거나 좋아하는 타입의 사람을 만난 적은 있으나 보통 생각하는 남녀관계는 아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버섯이다. 그래서 집에는 그의 부모가 항상 냉장·냉동실에 버섯을 채워놓는다. 전인지는 “생으로 버섯을 먹는 것도 좋아합니다”라면서도 “좋아하는 버섯도 많이 먹으면 살이 찌거나 몸관리에 해가 될까봐 조심스러워요”라고 덧붙인다. 그는 또 “남들이 저는 정면보다는 옆모습이 낫다고 해요. 제 위크 포인트는 볼 살입니다.”라며 웃었다.

전인지는 27일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로 출국한다. 그 곳에서 2∼3주 골프보다는 몸관리(숙면·체력단련) 위주로 충전을 할 계획이다. 그 후에는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가서 박원 코치가 지도하는 팀에 합류해 올해 시작한 스윙교정을 완성하고 시즌오픈에 대비할 계획이다. 첫 대회는 내년 2월3일 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 코츠 골프챔피언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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