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윤정 기자 = "제가 내놓은 신곡에 여러가지 해석이 붙을 수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듣는 분들이 느껴지는 데로 느끼기 바랍니다.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로든 즐거움이 되는 노래였으면 합니다."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2년만에 7집 앨범 '누군가를 위한,'으로 돌아왔다.
루시드폴의 ‘누군가를 위한,’은 동화 ‘푸른 연꽃’이 실린 책과 동화의 사운드트랙을 포함해 15곡이 담긴 CD가 묶인 색다른 앨범이다. 그는 신곡 '누군가를 위한,'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였다.
타이틀곡 `아직, 있다`는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영혼이 부르는 노래`다. 본인은 획일화된 곡에 대한 해석을 자제했지만 제주도 수학여행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는 뮤직비디오 감독의 기획 의도처럼 세월호 침몰 사고로 천사가 된 학생들이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곡이다.
`따뜻한 집으로 나 대신 돌아가줘`,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주렴` 등의 가사는 살아남은 자들에 대한 희생자들의 당부로 들린다. 하지만 루시드폴은 그저 "최근 아티스트의 곡에 대한 해석 논란이 가시화된 바 있다"며 "이 노래에 대해 창작자가 섣부른 해석을 내놓기 조심스럽다. 이렇게 들어주세요 저렇게 들어주세요 당부하는 것보다 그저 들으시는 분들이 노래를 듣고 드는 느낌이 맞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곡 전반에 흐르는 따뜻한 선율, 조용한 읖조리는 듯한 루시드폴의 음성은 나지막히 다가와 가만히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 같다. 곡 제목 뒤에 붙은 쉼표처럼 잠시 쉬어가는, 머물다 가야 할 것 같은 여운이 담겼다. 제주도 생활에서 얻은 영감일까. 이번 앨범에는 제주 생활에서 듣고 보고 생각한 모든 것들이 담겼다는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번 앨범을 CD가 포함된 책이라고 해야할 지 CD에 책이 끼워져있다고 해야할 지 콘셉트가 모호했다"며 "다만 형태가 없이 스트리밍으로 소비되는 노래에 CD만 발매하는 것은 더이상 의미 없다고 느껴졌다. 누군가의 책장에 오래동안 꽂혀있는 것, 중고서점에서 발견될 수 있는 것, 누군가가 내 앨범을 소유하고 싶은 가치를 부여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동화를 쓰고 시를 쓰는 일이 너무 재미있었다. 노래에서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 있어 신나게 작업했다"며 "2년 후 또 어떤 형태의 앨범을 내놓게 될 지 모르겠지만 노래로 표현할 수 없는 영역이 있고, 자유롭게 접근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특히 피아노를 전혀 칠 줄 모르는 루시드폴이 피아노 솔로곡을 타이틀로 작곡했다는 것도 이채롭다. 그는 "음악을 얼마나 잘하느냐, 타고난 재능이 있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느냐도 중요할 것"이라며 "음악을 잘하기보다 열심히 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을 때 다행히 내가 뮤지션이구나 하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서 색다른 시도가 또 있었다. 홈쇼핑에서 앨범을 판매한 것. 한 홈쇼핑를 통해 루시드폴은 직접 재배한 귤과 이번 7집 음반과 책이 결합된 패키지를 생방송으로 한정 판매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생방송 몇분만에 순식간에 한정판 1000장 매진시켜 루시드폴은 '완판남'이라는 수식어를 하나 더 얻었다.
루시드폴은 "지난 8월말에 데모작업을 하러 왔다가 오랜만에 안테나뮤직 식구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 책이랑 앨범에 귤을 포함해서 500개 정도 주문 받으려고 고민했는데 유희열 형이 홈쇼핑으로 연결해서 팔아보라고 하더라"라며 홈쇼핑 판매는 유희열의 아이디어였음을 밝혔다.
이어 그는 "재밌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방송 대신 홈쇼핑으로 하나만 찐하게 하라는 얘기에 솔깃했다. 소속사 식구들 모두 술 한 잔해서 그런지 레전드가 될거라면서 다들 너무 좋아하더라. 유희열 형을 포함해 소속사 식구들이 전부 내려와 귤을 따고 포장하고 직접 배송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9분 완판남에 등극한 소감에 대해 "일단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 판매가 몇 장 되느냐보다 혹시라도 나와 안테나 뮤직 사람들의 본심이 왜곡될까봐 걱정됐지만 다행히 많은 분들이 정말 유쾌하게 봐주셔서 다행이다"고 밝혔다. 다음에 다시 홈쇼핑 판매를 시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한번 더 한다고 했다가는 소속사에서 쫓겨날 것 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번 앨범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일을 할 때, 설겆이를 할 때, 공부할 때, 운전을 할 때 언제 어디서든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줄 수 있는 음악이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한 조각이라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음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