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하이브리드 카'가 뜨고 있다. 폭스바겐 그룹의 배기가스 조작사건으로 친환경차가 반사이익을 얻는 모습이다. 향후 배기가스 배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친환경차들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지난 2013년 말 출시돼 한차례 연식변경을 한 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9월부터 3개월 연속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판매량을 제쳤다. 지난 11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26.8% 늘어난 총 1127대가 팔리는 등 연말 막바지 할인과 개별소비세 인하 등 효과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그랜저는 ‘각그랜저’로 불린 1세대 모델이 1986년 처음 모습을 드러내며 30년간 고급 세단 시장을 장악했다. 당시 그랜저의 타깃층이던 중장년층도 이젠 노년층이 됐다. 튀지않는 외모에 무난한 주행성능까지 갖춘 그랜저가 하이브리드를 얹자 더 젊어진 느낌이다.
외관은 가솔린 모델과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 신규로 적용된 하이브리드 전용 17인치 알로이 휠, 후면부에 ‘hybrid(하이브리드)’ 엠블럼으로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알게 해준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탑승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시동을 켰을 때 진가가 발휘된다. 시동을 내가 걸고도 “시동이 제대로 걸렸나?”라고 생각할 만큼 조용하다. 번쩍이는 계기판 덕분에 알 수 있을 정도다. 계기판을 자세히 보니 일반 가솔린, 디젤 모델과 다른 점을 볼 수 있다. 계기판에 있는 RPM게이지 대신 ECO게이지가 있다.
하이브리드차는 기존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 배터리 엔진을 혼합해 달린다. 도심을 빠져나가는 정체구간에서 그랜저 하이브리드만의 강점이 빛이 발한다. 시동부터 시속 40㎞ 정도까지는 전기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수시로 계기판에 전기모드인 ‘EV모드’ 램프가 점등된다. 연비가 ℓ당 17㎞까지 오를 만큼 경제적이다. 스스로 전기 충전시스템을 가동시키다 보니 ‘윙윙’ 하는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방해 될 정도는 아니다.
고속도로에서는 따로 경제운전을 하지 않고, 고속으로 주행하다 보니 연비가 달라진다. 2.4 가솔린 엔진이 주로 동력을 만들어내 연비는 ℓ당 최고 17.2㎞에서 13.1㎞까지 뚝 떨어진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공인복합연비는 16.0㎞/ℓ(도심 15.4, 고속 16.7)다. 가솔린과 비교했을 때 하이브리드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인 연비부분이 강화되면 매력적일 듯하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심장은 세타2 MPI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159마력의 엔진파워와 35kW 전기모터 힘으로 204마력의 출력을 자랑해 가속도만큼은 좋다. 고속도로에서 160㎞ 이상 밟아도 튼튼한 차체와 힘으로 흔들림없이 치고 나간다. 브레이크 성능도 좋다. 잘 달리고, 잘 멈추는 기본에 충실한 차다.
실내는 대형 고급세단의 자격을 갖췄다. 성인 5명이 타기에도 넉넉하다. 트렁크는 하이브리드카치고는 중형급 적재공간을 유지한다. 시원스런 파노라마 썬루프는 실내를 더욱 널찍하게 보여준다.
전방추돌 경보시스템과 후측방 경보시스템, 차선이탈 경보장치 등은 안전한 운전을 돕는다. 어라운드 뷰 시스템도 장점이다. 주차에 자신이 없는 운전자의 경우, 후진시 대형 모니터에서 차량 주변을 360도로 볼 수 있다. 또 앞좌석 통풍시트, 뒷좌석 열선시트까지 마련됐다.
현대차는 내년 신형 그랜저 출시를 앞두고, 36개월 무이자 할부(선수율 20%)를 적용하는 등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국산·수입차를 통틀어 4000만원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형 하이브리드 세단으로 안성맞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