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하기 방식이 아니라 빼기 방식을 취해야 한다"
일본에서 도요타자동차, NTT그룹에 이어 영업이익 1조 엔을 달성한 역대 세번째 기업이 된 소프트뱅크를 이끄는 손정의 사장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지난 2006년 3월 당시 일본 이동통신 3위 업체였던 보다폰(Vodafone) 인수 발표 기자회견에서 손 사장은 "소프트뱅크는 브로드밴드 사업을 시작하면서 하루라도 빨리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하고 싶다고 희망해왔다"면서 "정보혁명, 인터넷혁명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PC가 아니라 모바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마 실장은 "손 사장이 마치 2010년에 타임머신을 타고 그 현장을 목격하고 돌아 온 것처럼 말했다"고 회상했다.
2010년에 도래할 모바일 인터넷 시대를 선점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할까. 손 사장의 '빼기 방식'으로 역산한 결과 이동통신사업을 시작해야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행동에 옮긴 것이다. 이와 함께 소프트뱅크는 총무성으로부터 1.7GHz 대역 주파수를 할당 받고 이동통신 신규사업자로써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손 사장은 기자회견장에서 "이동통통신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강구했다"면서 "처음부터 시작할지, 보다폰의 회선을 빌려 알뜰폰(MVNO) 사업자로 시작할지 아니면 보다폰을 인수할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고 소개했다.
시마 실장에 따르면, 소프트뱅크의 보다폰 인수를 적극 권유한 인물이 바로 세계 최대 SPA(제조·판매일관형)업체 유니클로를 이끄는 야나이 다다시(柳井 正)회장이다. 그는 고민을 거듭하던 손 사장에게 "보다폰을 인수하지 못했을 때의 리스크를 잘 생각해야 한다"며 "인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당시 일본 이동통신시장은 NTT도코모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해 KDDI와 함께 20년 동안 사실 상 시장을 독점해왔다. 이제 막 시장에 들어온 갓난아기와 같은 소프트뱅크가 이 거대기업을 이기기 위해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은 단 한 가지 '이노베이션' 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손 사장이 잘 알고 있었다.
손 사장은 "일본의 통신요금은 세계에서 가장 비싸지만 그것을 반드시 바꿔 놓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10년 이내에 NTT도코모를 추월하겠다"고 돌연 선언했다.
손 사장은 아침 간부회의에서 "소바 집은 일본에 몇 만개 이상 있을테지만, 이동통신사는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뿐"이라고 운을 뗀 뒤 "경쟁사가 몇 만개 이상 존재하는 시장과 3개 뿐인 시장에서 1등을 차지하는 것은 어느 쪽이 쉬울까?" 간부들에게 물었다. 간부들이 대답하지 못하자 손 사장 스스로 "경쟁사가 3개 뿐인 곳에서 1등을 먹는 것이 당연히 쉽겠지"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2014년 4월 실적발표 후 신문 가판대는 '소프트뱅크가 NTT도코모를 추월했다"는 제목의 기사로 넘쳐났다. 당시 실적발표에서 NTT도코모의 매출액은 2조 2000억엔, 소프트뱅크는 2조 6000억엔을 기록하면서 손 사장의 선언한 대로 NTT도코모를 누르고 1등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