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패션업계 3세 경영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올 3분기까지의 실적을 집계한 결과, 업체별 편차가 매우 큰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백화점 계열의 한섬은 실적이 크게 개선된 반면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마이너스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섬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24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4%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120억원으로 55% 뛰었다.
누적 매출액 역시 3933억원, 영업이익은 3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9%, 29% 늘었다.
업계에서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안목과 여성복, 액세서리의 고급화 전략이 맞아떨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타임, 마인, 시스템 등 기존 브랜드가 한섬의 고급 이미지를 더욱 견고히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신규 브랜드도 고른 성장세를 보이며 한섬의 성장을 이끌었다. 덱케, 랑방 액세서리, 더 캐시미어 등 2014~2015년 새롭게 선보인 브랜드가 빠르게 자리 잡으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이서현 사장이 이끄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3분기 매출 3440억원, 영업손실 220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계절적 비수기 속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한 소비위축, 2분기 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일부 공급 차질 등의 영향으로 매출과 이익이 모두 감소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통합 삼성물산의 시너지 효과가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패션의 성장 정체 극복을 위해 상사부문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매출은 2300억원으로 4.5%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이 지난해 3분기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몽클레르가 올해 초 합작법인을 설립해 이탈했고,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이 운영을 중단 한 게 실적 부진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해외 브랜드의 수입·판매 비중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다 보니 장기 불황과 환율 불안 영향도 크게 받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신세계그룹의 자회사로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정유경 부사장이 해외브랜드 수입, 매장 인테리어, 입점 브랜드 관리에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패션뿐 아니라 애착을 갖고 적극 진행 중인 화장품 사업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2012년 인수한 색조화장품 비디비치의 매출이 2013년 132억원에서 지난해 105억원으로 떨어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패션업계는 해외직구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며 "한섬은 회사 내에서 제작·유통이 가능해 외부적인 영향을 적게 받지만,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병행수입과 해외직구 등 구매 패턴의 변화에 예민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브랜드 정체성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빈폴, 구호 등 대표 브랜드가 힘을 잃고 있다"며 "브랜드의 확고한 아이덴티티와 재정비가 필요할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