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정역사교과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명망 있는 원로 교수까지 초빙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국정역사교과서 개발을 위한 집필진에 원로교수 등이 참여한 것은 이전에 없던 일로 처음 있는 일이라는 평가다.
이는 대다수 역사학자들이 집필 거부에 나서면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되고 있다.
6일 역사학계에 따르면 이전 국정 교과서 집필 공모에는 원로교수가 참여하지 않는 것이 관행으로 경륜이 있는 역사학자의 경우 자신만의 견해가 갖춰져 통설이 아닌 이설로 서술할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혼란을 주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기 위해 대학의 개론에서도 학설을 잘 다루지 않는 가운데 초중등 교과서에서는 일반적으로 통설을 기록해 놓고 이설은 교과서 서술이 아닌 '생각해볼거리' 등을 통해 학생활동 영역으로 넘긴다.
이기훈 목포대 교수는 “원로교수가 국정역사교과서에 대표집필진으로 참여하게 되면 통설을 써야 하는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자신의 견해를 넣게 돼 바람직하지 않다”며 “원로교수가 강력히 주장하는 경우 다른 집필진이 이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원로학자의 견해를 부각하는 경우 수능시험 출제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국정역사교과서 대표집필진으로 참여한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경우 이미 통일신라의 역할을 조명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의욕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신 교수는 최근 "신라의 통일 문제를 크게 부각시켜보려 한다"며 "신라의 통일이 단순히 백제, 고구려를 멸망시켰다고 된 게 아니고 그 이전에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가 지난해 한 학술대회에서 "신라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 장기간 통일을 추진했고 능동적인 외교 활동으로 통일을 달성한 후 파격적인 민족융합으로 단일 정부 아래 언어, 법률, 문화의 통합을 구축했다"고 밝힌 것과 같이 신라의 긍정적인 역할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고대사의 경우 근현대사만큼 논란이 큰 영역은 아니지만 신 교수와 같이 자신의 연구성과를 지나치게 강조하게 되면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학설에서 벗어나게 돼 균형을 잃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라의 경우 외세인 당나라의 힘을 빌려 통일을 이루면서 국토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어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역사학계에서 집필거부가 이어지면서 불가피하게 원로교수를 초빙한 결과가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교과서 내용의 균형을 깨뜨릴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