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시장에 따르면 외인들의 순매도 행진이 10월 들어 주춤해졌다. 외인들의 자금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시작된 6월부터 4개월 연속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이 한국에 대한 매력을 잃었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그러나 9월부터 순매도 규모가 줄어들더니 10월에는 7000억원의 순매수로 전환됐다. 발길을 돌리던 외인들이 한국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내수진작 카드가 효과를 봤다는 반응이다.
한국경제의 3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0.3%에서 1.2%로 분기대비 0.9%p 상승하며 큰 폭의 반등을 이뤘다. 여기에 8~9월 산업생산 호조도 메르스 이후 침체된 한국경제를 주목하는 원동력이 됐다.
특히 그동안 외인들이 저평가하던 전기전자, 유통, 운수장비 업종에서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거두자 다시 한국이 ‘선호자산’으로 인식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같은 외인들의 유입에 반색하면서도 확실하게 붙잡을 카드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변수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외인들의 10월 순매수 전환은 분명히 긍정적 신호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 없다. 과거에도 4분기에 순매도가 재개됐지만 연말·연초에 변동성이 커졌다”며 “최근 개소세 추가 인하 등을 토대로 내수 시장이 확실히 안정화에 접어든다면 외인들의 불안심리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외인들에게 한국 금융시장이 안전한 자산이라고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대외변수를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미국과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는 것이 향후 금융시장 안정화에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 금리인상이 진행된 1994년, 1999년, 2004년의 경우 코스피는 고점 대비 각각 11.7%(43 일), 23.0%(62 일), 23.1%(80 일) 하락한 가운데 외국인도 순매도로 전환된 바 있다.
국내 일부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수출 등 외국인 투자와 연관성이 큰 지표들의 경우 아직 뚜렷한 개선을 보이지 않는 것도 연말·연초 순매도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추세적으로 신흥국 경제성장이 둔화된 2012년부터 선진국 대비 금융시장 성과가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며 “외국인의 국내증시 투자가 대내적 요인보다 대외 리스크에 민감한 점을 감안하면 주요국 경제 지표 움직임, 통화정책 변화, 정치불안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