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자본이 일하게 하라"

2015-10-2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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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가 26일 서울 종로구 북촌 사옥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원금손실이 두려워서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다고요? 그건 다치는 것이 걱정돼 아무 일도 않고 집에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죠. 자본주의에서 노동과 자본은 같이 일해야 합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는 26일 서울 종로구 북촌 사옥에서 아주경제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존 리 대표는 금융투자업계에서 대표적인 '장기투자론자' 중 하나다. 젊을 때부터 매월 급여의 5~10%를 꾸준히 펀드나 주식에 투자해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손실을 많이 입는 것은 주식에 대한 이해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주식시장과 멀리 떨어져서 길게 보고 투자하는 습관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 온다고 집 바꾸나

존 리 대표는 잦은 매매는 카지노에서 하는 도박과 다를 바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주식투자는 장거리 비행과 다를 바 없다"며 "중간에 비행기가 흔들리더라도 참고 기다려야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회사 대표 펀드의 수익률 하락에 크게 동요치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를 들어 '메리츠코리아주식펀드(클래스A)'는 2013년 설정 이후 수익률이 43.26%에 달하지만 최근 3개월 간 수익률은 마이너스(-) 14.21%를 기록했다. 올해 6월 출시한 '메리츠코리아스몰캡주식펀드(클래스A)'도 최근 세 달 동안 -14.77%의 수익률을 보였다.

존 리 대표는 9월 이후 중소형주에서 대형주 장세로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몇 개월 수익률이 부진하다고 단기대응책을 내놓는 것은 그동안의 소신을 저버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내가 신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다 예측할 수 없지만 '좋은 회사에 오랫동안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운용 철학에 대한 믿음은 변함없다"며 "비가 온다고 해서 집을 바꾸진 않는다. 단기 수익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일단 믿고 맡겨 달라"고 당부했다.

◆투자한 회사는 동업자

존 리 대표는 장기투자를 위해 건실한 기업과 믿을 만한 펀드운용자를 선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식투자의 기본원칙을 '타이밍'이 아닌 '기업 가치'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존 리 대표는 "투자기업은 동업자와 같다"며 "기업을 선택할 때는 사업성뿐만 아니라 역사와 지배구조, 경영진의 도덕성 등 수치로 나타내지 못하는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기업을 방문할 수 없다면 본인과 비슷한 철학을 가진 펀드매니저를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좋은 펀드를 선별할 때는 운용역의 지속성과 낮은 매매회전율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펀드매니저의 잦은 변경은 포트폴리오 교체로 이어져 결국 운용 철학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현재 메리츠자산운용의 운용팀은 6명 전원이 존 리 대표와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넘게 손발을 맞춰온 동료들이다. 연간 주식 매매회전율은 20~30%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존 리 대표는 "운용사와 고객이 장기간 철학을 공유하고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 자식의 미래를 위해 매월 급여의 일정 부분을 떼서 우리회사 펀드를 사는 것도, 임직원에게 펀드로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도 모두 고객과의 신뢰구축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앞으로 글로벌 펀드로 영역을 확대해 투자자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부여할 계획이다. 그는 "최근 스위스 밸뷰자산운용과 손잡고 글로벌헬스케어펀드를 출시했다"며 "앞으로 중국펀드, 아시아펀드 등 전 세계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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