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주진형 한화증권 사장은 나쁜 CEO일까

2015-10-0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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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우리 회사 이익을 위해 만든 보고서가 아니니 문제 없다."

얼마 전 김철범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6월에 내놓았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관한 보고서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당시 한화증권은 업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합병에 반대 의견을 펼쳤고, 무산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이런 행동에 한화그룹 측은 난처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화그룹은 2014년 말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을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켰다. 두 재벌 사이가 어느 때보다 좋았다.

증권가에서는 한화증권이 내놓은 보고서를 두고 주진형 사장 작품으로 평가했다. 리서치센터장이 보고서를 직접 작성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센터장이 보고서에 직접 이름을 올리는 일은 흔하지 않다.

주진형 사장도 페이스북에서 이를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증권사 경영진이 특정 이슈를 다뤄줄 것을 리서치센터에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흔한 일"이라고 밝혔다. 김철범 센터장도 보고서로 인해 우리가 취할 이득이 없다는 점에서 독립성을 잘 지켰다고 자평했다. 실제 합병 이슈 탓에 삼성물산·제일모직 주가가 하락했고, 주주가 손해를 봤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크다.

요즘 주진형 사장과 임직원이 대립하고 있는 서비스선택제도 마찬가지다. 고객은 상담계좌와 비상담계좌를 고를 수 있게 됐다. 상담계좌를 택하면 거래대금 대비 정률 수수료(0.195~0.395%)를, 비상담계좌는 정액수수료(건당 6950원)를 받는 식이다. 둘 다 싫다면 회사를 바꿀 수밖에 없겠지만, 중장기 성향인 투자자라면 장점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이런 개혁을 추진해 온 주진형 사장이 내년 3월이면 회사를 떠난다. 한화그룹은 임기를 채우기도 전에 이미 새 대표를 내정했다. 주진형 사장을 재신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루머도 많다. 어쨌거나 회사를 더 맡길 수 있는 인물로 보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회사 실적이 좋지 않았으니 능력 있는 최고경영자(CEO)로 기억되기도 어렵게 됐다. 그렇더라도 주진형 사장이 투자자나 업계, 회사에 나쁜 일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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