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발매된 신보 [또 다시 사랑]에서도 자신이 전곡을 프로듀싱 했다. 새 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주요 음원차트 정상을 차지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임창정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실감케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번 신보를 듣고 있으면, 그간 임창정에게서 느낄 수 없던 부분들이 보여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평소 아날로그 스타일로 마음껏 노래하는 게 임창정만의 매력이었다. 소리의 배음도 살아 있어 입체적으로 잘 뻗어 나갈 뿐 아니라 ‘임창정표 고음’이라 해도 좋을 만큼 특유의 높은 음역 처리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진정성 높은 감정주입이 탁월해 발라드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리듬도 문제다. ‘오랜 시간 동안 꿈꾸던 이야기’의 경우 그간 임창정이 노래해오던 것과는 다른 스타일이다. 자신에게 익숙지 않은 리듬(R&B)을 하다 보니 그루브가 잘 살아나질 않는다.
앨범 수록곡도 임창정과 잘 맞아 떨어지는, 즉 그만이 잘할 수 있는 또는 임창정만의 특화된 작품들이 아니다. 스타일적 변화를 모색하는건 좋지만 충분한 준비 기간 없는 급격한 변화의 모색은 부작용을 부르는 법이다.
보컬트레이너 이윤석은 “임창정에게서 소리의 ‘독기’가 빠진 것 같다”며 “이번 앨범을 들어보면 소위 ‘아포지오’라는 호흡조절기술이 많이 약해졌고, 이 때문에 고음으로 갈수록 소리가 갈라질 수밖에 없고, 흉성과 두성의 연결도 문제된다”고 비판했다.
휘성, 거미, 옥주현, 빅마마 등을 지도한 바 있는 김명기는 “임창정의 ‘그리다’라는 곡은 노래 초반부터 튠도 틀리다”며 “이번 신보는 보컬과 각 악기파트와의 유기적 하모니가 어우러지지 않는 사운드인데, 이게 마이크 프리의 문제인지 믹스 때문인지는 정확히 말하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데뷔 20년차 가수의 ‘잠깐의 슬럼프’라고 넘기기엔 심각성이 작지 않다. 영화에선 살아 숨쉬는 다이내믹한 캐릭터로, 음악에선 탁월한 감정주입의 발라드 전도사에 이르기까지 임창정의 역동성이 이젠 노화하고 있는 것일까? 다음 작품에서 그 해답을 기대해 본다.
문화연예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