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 대통령 공항까지 나가 영접 …미국 군중들 "환영" 연호
교황청기와 성조기가 내걸린 교황 전용기는 이날 오후 3시50분께 워싱턴 D.C. 부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교황은 이날도 화려한 의상 대신 단순하고 소박한 흰색 수단(카속, cassock)을 입고 나섰다. 트랩에서 '주케토'(교황 모자)를 벗어든 채 내려오는 교황은 자신을 마중나온 군중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에 앤드루스 공군기지까지 나온 수백 명의 환영 인파는 교황의 이름인 '프란치스코'와 '웰컴 투 유에스에이'(미국 방문을 환영합니다)를 연호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공항 영접은 매우 이례적이다. 앞서 2008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을 공항에서 영접한 것을 제외하고는 미국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백악관에서 교황을 맞이했다.
교황의 차량은 이번에도 검소했다. 공군기지에서 시내로 이동하면서 교황이 이용한 차는 검은색 소형 '피아트 500L'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교황과의 만남에서 '신앙고백'을 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무슬림으로 종종 의심받았던 오바마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 앞에서 자신의 기독교 신앙을 고백할 수도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 자본주의에 비판적인 교황…정치적 이슈 언급에 관심 쏠려
교황이 쿠바에서 바로 미국으로 이동한 동선 자체가 갖는 정치적 의미는 매우 크다. 이는 지난해 말 라울 카스트로 의장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역사적인 양국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가능했던 일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 화해의 막후에서 조정자 역할을 한 이가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교황은 오는 27일까지 미국에 머물면서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동, 바실리카 국립대성당 미사 집전, 미 의회 연설, 유엔총회 연설 등 굵직굵직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전의 가톨릭 수장과는 달리 기후변화와 소득불평등, 동성결혼, 이민 정책과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까지 진보적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교황이 이번 방미에서는 어떤 이슈에 대해 언급할 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젊은 시절 19년간이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빈민촌에서 활동했으며, 평소에도 미국의 규제받지 않은 자본주의에 대해 '야만적 자본주의'(Savage Capitalism), '악마의 배설물'(the dung of the devil) 등 같은 과격한 표현까지 동원해 비판해 왔다.
역대 교황으로서는 처음인 미국 의회연설은 이번 일정에서 가장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NYT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에게 유럽의 시리아 난민 수용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해 미국 정치권을 당황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교황이 방문하는 도시에 '국가 특별 안보행사'를 선포하고 이에 준하는 경호를 하도록 관계 기관에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