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찾은 교황 직접 비판보다는 '섬김' 강조

2015-09-2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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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 카스트로와의 만남도 가져

지난 19일 (현지시간) 쿠바를 방문한 교황이 환영하는 군중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로마 교황청 ]
 

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쿠바 방문 2일째를 맞은 교황의 행보는 차분했다. 직접적인 정치적 견해의 피력보다는 보편적이고 종교적인 메시지 전달에 중점을 두었다. 

교황은 20일 (현지시간) 아침 '쿠바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아바나의 혁명 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했으며, 여기에는 수 만명의 쿠바인이 몰려들었다. 미사에는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도 참석했다. 
미사에서 교황은 강론을 통해 "이념이 아니라 서로를 섬기면서 아끼라"라며 "이웃의 행실을 살피며 재단하려 들지도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위대해지고 싶은 사람은 섬김을 받으려 하지 말고 먼저 섬기라"며 "섬김은 결코 이데올로기가 아니므로, 이념이 아닌 사람을 섬기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교황이 이번 방문에서 조심스럽게 쿠바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런 신중한 행보가 교황이 직접적으로 정치적 비판을 해주길 바란 일부 반정부주의자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으나, 쿠바라는 국가의 상징성과 영향력을 생각할 때 당연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쿠바가 남미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1970년대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노선은 아르헨티나의 게릴라 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최근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 남미 국가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좌파 정치인들 대부분이 쿠바와 카스트로의 세례를 받았다. 

NYT는 정치 애널리스트 라벨라의 말을 인용해 "쿠바는 교황청이 남미 국가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데 전진기지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직접적인 비판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은 교황의 이번 쿠바 방문이 단순히 종교적인 방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보고 있다.  CNN 등 미국 언론들도 미국과 쿠바의 관계 개선에 막후 역할을 했던 교황이 직접 쿠바를 방문해 '평화와 화해'를 주문하면서, 쿠바가 더욱 전세계를 향해 문을 열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를 마친 뒤 피델 카스트로(89)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만남도 가졌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이 카스트로 전 의장의 집을 찾아가 30분간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롬바르디 대변인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카스트로 전 의장에게 신학책 2권을 포함해 책 4권을 선물로 전달했으며, 카스트로 전 의장은 브라질의 대표적인 해방신학자 프레이 베투 신부와 자신의 대화를 담은 책인 '피델과 종교'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답례로 증정했다.

그는 이 책에 '쿠바 국민의 존경과 경의를 담아'라고 쓰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쿠바 방문에 감사를 표했다. 1959년 쿠바 혁명을 이끌고 최고 지도자에 오른 카스트로 전 의장은 건강 문제로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권좌를 물려주고 2008년 은퇴했다.

정치적인 의미와는 별개로 이번 교황의 방문이 쿠바 교회의 새로운 부흥을 일으킬지는 아직 미지수다. 최근 조사 결과를 인용한 NYT 보도에 따르면 쿠바인들의 44%가 '무교'라고 답했으며, 27%만이 카톨릭 신자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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