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가연 기자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뉴로맨서(Neuromancer)'로 잘 알려진 미국 유명 SF 소설가 윌리엄 깁슨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의 대표작 <뉴로맨서(Neuromancer)>에서는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란 용어를 처음으로 등장시키며 현재의 정보과학 사회를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그려냈다.
덕분에 세계적으로 7000만 부 넘게 팔리며 사이버펑크란 새로운 과학소설 장르가 탄생했고 깁슨에겐 '검은 예언자'란 의미의 '누아르 프로펫(noir prophet)'이란 별명이 붙었다.
이런 '뉴로맨서'가 한국에 소개될 때 종종 '뉴 로맨서(New Romancer)'로 소개되곤 했다. 발음이 비슷해 오인한 것이다. 신경계의 기본 단위 세포인 뉴런(neuron)에 점쟁이를 뜻하는 어미 '-mancer'를 합성해 제목을 붙인 것이 순식간에 로맨스 소설이 돼버렸다.
한국과 호주의 전시기획자들은 이렇게 '뉴로맨서(Neuromancer)'가 '뉴 로맨서(New Romancer)'로 탈바꿈되는 것에 주목했고 그렇게 한국-호주 국제교류전 '뉴 로맨스 New Romance'가 탄생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호주현대미술관이 공동으로 여는 이번 전시는 기계미학과 뉴미디어 분야의 낭만주의적 경향에 착안했다. 근대 모더니즘의 흐름 속에서 낭만주의가 설 자리가 부족했다.
지성, 합리성, 이성이 지배하는 시대에 감성과 개인의 주관은 열등한 것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기계를 이용한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이 등장하며 합리와 이성의 영역에 감성이 들어왔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최흥철 국립현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호주 기획자들과 이야기를 하다 '예술가들이 기계라는 도구로 엉뚱한 상상을 하는 게 낭만적인 특성을 보인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래서 전시명은 '뉴 로맨스(New Romance)'가 됐다.
이번 전시엔 한국과 호주에서 뉴미디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14인의 작품이 전시된다. 양국에서 7명씩 총 1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영상과 설치, 퍼포먼스 작품을 통해 우리 세대가 당면한 과학과 예술의 윤리적 문제와 환경 문제에 대한 비판을 담아낸다.
자신의 팔에 귀를 이식하고 스스로 사이보그가 되고자 했던 세계적인 테크놀로지 아티스트 스텔락, 자연에서 발견되는 현상을 프로그램화해 작업하는 이기봉, 기성품을 해체해 대량으로 쌓거나 설치하는 작업을 주로 하는 정승도 참여한다.
애나 데이비스 호주현대미술관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가 "오늘날 인간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미래에는 어떤 의미가 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전시는 2016년 1월 24일까지 열린다. 관람료는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