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간 것과 관련, 노사정 합의로 탄력받기 시작한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최근 새롭게 조성된 남북한 화해무드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최 부총리는 18일 거제도 대명리조트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주관으로 열린 출입기자단 세미나와 간담회에서 국제신용평가 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한 배경을 언급하면서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남북 고위급 합의가 모멘텀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노사정은 지난 13일 한국 경제가 당면한 주요 과제의 하나인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대타협안을 극적으로 도출했다.
이후 남북한 간에 갑작스러운 화해무드가 조성돼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추진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P는 지난 15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한 단계 올렸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S&P와 더불어 무디스, 피치 등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에서 모두 사상 처음으로 데블에이(AA-, 무디스는 Aa3에 해당) 등급을 받게돼 평균 신용등급이 일본 및 중국보다 높아졌다.
최 부총리는 "국제신용평가 업체들이 한국 정부의 공기업 부채 감축도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면서 올해 가계부채 구조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시행한 안심전환대출 역시 국가신용 등급 향상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 부총리는 "(세계경제가 어려운) 이 분위기에 등급이 올라간 나라는 거의 없다"며 취임 후 무디스와 피치에선 외환위기 전 수준으로 한국 신용등급이 회복됐는데 S&P만 안돼 그쪽 관계자를 4번이나 만나 한국경제 상황을 설명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자만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에게 불안감이 아니라 자신감을 좀 더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미국이 금리인상 시기를 미룬 것에 대해선 "(미국 금리인상이) 설령 올해 시작된다 하더라도 굉장히 점진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세계 경제 회복세는 (미국이) 비정상적인 정책을 써서 이뤄진 것으로, 정상적인 정책으로 한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가 언급한 비정상적 정책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춘 뒤 양적완화(QE)로 불리는 정책까지 동원해 엄청난 달러 유동성을 푸는 등 전례없는 통화정책을 써온 걸 가리킨다.
최 부총리는 "세계 경제 회복세가 굉장히 취약한 만큼 (연준이) 조심스럽게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최 부총리는 4대 부문(노동·금융·공공·교육) 개혁 중 교육 분야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선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양성하는 데 교육개혁의 포커스(초점)가 맞춰져 있다"며 "그러나 국민이 보기에는 너무 속도가 늦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말하는 교육개혁은 경제대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개혁"이라고 큰 방향을 제시했다.
최 부총리는 "경제를 움직이는 양대 축은 자본과 노동"이라고 전제한 뒤 "훌륭한 인력 없이 경제가 잘 돌아갈 수 없다"며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