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새 앨범을 들어본 후 이승기가 방송에 나와 노래하는 모습을 보며 실망감을 감출수가 없었다. 이게 과연 데뷔 11년차 이승기라는 가수의 모습이란 말인가? 그리고 과연 “들으면 들을수록 중독되는” 곡들일까?
신작의 대표곡 ‘그리고 안녕’을 예로 들자.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소리가 매우 부자연스럽고 답답해진걸 알 수 있다. 이승기의 목소리가 전체적으로 탁하고 답답해졌다는 말이다. 이전과는 달리 노래할 때 목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턱밑의 힘이 많이 들어가고 입의 움직임이 작아진 걸 알 수 있다. 그러다보니 소리를 다이내믹하게 구사하지 못하고 표현(발음)도 부자연스러워졌다. 컨트롤이 당연히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이곡을 부르는 이승기 동영상을 보면 턱이 앞으로 밀려 있는 걸 알 수 있다. 목에 힘을 너무 많이 주다보니 음의 도약진행시 특히 답답하게 들린다.
또 다른 신곡 ‘바람’도 마찬가지다.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어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그런 소리다. 이승기만이 갖고 있던 원래의 육성 중심의 매력적인 보이스는 좀처럼 접하기 힘들다.
이승기는 이후에도 자신의 노래를 결코 테크니컬하거나 멋을 내는 쪽으로 꾸미지 않았다. 데뷔 때부터 줄곧 자신만의 느낌을 감성적이면서도 솔직하게 표현하는 자기연출력이 돋보였다. 오히려 가공된 스킬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그 나이 또래를 능가하는 감수성을 다채롭게 노래에 담아 발산하는 솔직순수한 면모는 오늘날의 ‘스타가수 이승기’를 있게 만든 가장 중요한 매력 포인트였다.
명 보컬트레이너 김명기는 “목을 당겨서 소리를 내는 가수들이 많을 당시에 이승기는 ‘내 여자라니까’를 통해 목을 열어서 소리를 낸 흔치 않은 가수”라며 “그런데 요 근래 이승기는 소리를 내는 중간에 음압도 변하고 음정불안도 문제”라고 일침을 가했다. 결론적으로 “노래하는 방법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이승기가 자신만의 매력적인 보이스를 버렸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이승기표 육성’이 있는데 왜 갑자기 반가성을 구사하는 등 몇몇 변화를 택했나?
이 변화가 만일 소속사의 전략이라면 ‘제발’ 원래의 이승기로 되돌려놓길 바란다. 자기 색깔이 분명히 있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11년차 가수에게 ‘처음 입어보는’ 전혀 엉뚱한 옷으로 치장케 하는 건 엄청난 착오다. 착하고 솔직순박한 이승기가 아닌 무언가 이상하게 바뀌어 일그러진 모습의 이승기 노래를 듣고 있는 건 모두에게 매우 불편한 진실이다.
문화연예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