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임의택 기자 =영국을 상징하는 컬러가 ‘브리티시 그린’이라면,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컬러는 ‘이탈리안 레드’다. 이 붉은색이 가장 잘 어울리는 브랜드를 꼽으라면 페라리가 단연 1순위다.
생산하는 모든 차종이 슈퍼카에 꼽힐 정도로 강력한 페라리의 모델 중에서도 최강자는 ‘F12 베를리네타’다. 599GTB의 후계자로 등장한 이 차는 V12 6.3ℓ 엔진을 프런트에 배치했다.
직선을 많이 사용한 599GTB의 외관에 비해 F12 베를리네타는 기교를 많이 부렸다.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헤드램프가 다소 어색해 보였으나, 실제 마주하면 예술적인 라인에 눈길을 떼기 힘들다.
기본 모드인 스포츠에서도 이 차의 성능은 원 없이 즐길 수 있다. 자연흡기지만 마치 과급기를 단 것처럼 강력한 출력이 순식간에 뿜어져 나오고, 흡배기 사운드는 솜털까지 일어서게 만든다.
함께 동승한 페라리 홍보 담당자는 “다른 기자에 비해 패들 시프트를 많이 안 쓰는 것 같다”고 했다. 패들 시프트를 조작하면 이 강렬함을 더욱 배가시킬 수 있지만, 직선주로에서는 사용 빈도를 높일 필요가 없을 만큼 엔진과 트랜스미션의 조화가 완벽에 가깝다. 아마 곡선주로가 많은 국도를 달렸다면 패들 시프트의 사용 빈도가 높아졌을 것이다. F12 베를리네타에서 놀라운 점은 슈퍼카이면서도 GT처럼 편안하다는 것이었다. 핸들링은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보다 정교하고, 승차감은 벤틀리 컨티넨탈 GT만큼 안락했다. 엔진이 앞에 배치됐지만 무게 배분이 앞 46%, 뒤 54%로 설계된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센터 브리지의 오토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변속되고, 이 버튼을 한번 더 누르면 수동으로 전환된다. 수동 모드는 자주 쓸 일이 없었다. 7단 듀얼 클러치는 자동변속기로 착각이 들 만큼 매끄러운 덕분이다.
슈퍼카를 소유한 이들은 대부분 다른 차를 한 두 대 정도 더 보유하고 있다. 슈퍼카를 매일 타고 다니기에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F12 베를리네타의 경우는 데일리카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편안했다. 트렁크 용량도 넉넉했고, 시트 뒤에는 자잘한 물건을 놔둘 선반도 마련돼 있다.
이름이 주는 느낌 때문일까. 람보르기니의 모델들이 황소같이 거친 감각이라면, 페라리는 말을 타고 질주하는 느낌이다. 그 중에서도 F12 베를리네타는 최고의 명마(名馬)로 꼽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