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비롯한 30대 그룹 총수 일가의 주식자산 승계율은 40%를 돌파한 것으로 조사됐다. 1년 전보다 무려 6.5%나 훌쩍 뛰었다.
대림, OCI, LG 등 상당수 그룹도 사업재편 등을 통해 자녀세대로의 승계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1년 간 30대 그룹 총수의 보유 주식 자산가치는 1조9928억 원(4.2%) 줄어든 반면 자녀들은 6조7037억 원(26%)이나 늘어 세대교체가 본궤도에 오르고 있음을 방증했다.
9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30대 그룹 중 총수가 있는 25개 그룹의 주식자산 승계율을 조사한 결과 41.7%로 집계됐다. 지난달 28일 종가 기준으로 총수 일가의 주식 자산가치는 총 77조9929억 원이었고, 이 중 32조5122억 원이 2~4세 자녀들 몫이었다.
지난해 9월말 30대 그룹 총수일가의 자산승계율이 35.2%였던 점을 감안하면 1년 새 6.5%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자산승계율은 경영권을 갖고 있는 총수와 부인, 직계 자녀들이 보유하고 있는 가족 전체 자산 중 자녀들이 소유한 자산 비율이다. 자산은 상장사의 경우 8월28일 종가 기준, 비상장사는 2014회계연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순자산가치에 개인별 보유 지분율을 곱해 산출했다.
30대 그룹 중 2~4세의 주식 자산가치가 가장 뛴 곳은 삼성그룹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3남매의 자산가치는 13조3735억 원으로 1년 전 3조4514억 원보다 무려 9조9221억 원(287.5%)이나 급증했다. 이는 30대 그룹 전체 자녀세대 자산가치 증가액(6조7037억 원)보다도 3조2184억원이나 많은 금액이다. 이같은 자녀세대 자산가치 급증으로 삼성그룹 총수일가의 자산승계율도 53.6%로 31.2%포인트나 껑충 뛰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주식 자산가치는 8조3607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조9444억 원(246%)이나 불어났다. 3남매 전체 증가분의 60%에 달하는 규모다. 그룹 사업 및 지배구조 재편의 일환으로 삼성SDS와 제일모직을 상장하면서 자산가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과 합병한 통합 삼성물산(16.4%) 및 삼성SDS(11.25%) 최대 주주다.
대림그룹은 자산승계율이 1년 새 41.4%에서 56.3%로 14.9%포인트 뛰면서 2위를 차지했다. 이 기간 3~4세 7명의 주식 자산가치가 4619억 원으로 757억 원(19.6%) 늘어난 덕이다. 특히 이준용 회장의 장남인 이해욱 부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아이앤에스 합병으로 주식자산가치가 4376억 원으로 782억 원 늘어나며 승계율을 훌쩍 높였다.
이어 OCI(6.1%포인트), LG(3.5%포인트)가 자산승계 상승률 3~4위를 차지했고, GS, 현대중공업, CJ, LS, 현대, 현대백화점, KCC, 롯데도 1%포인트 미만 소폭 상승했다.
반대로 자산승계율이 낮아진 곳도 12곳에 달했다. 동부그룹은 제철과 건설 등이 채권단에 넘어가는 등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2세들의 자산가치가 1조522억 원에서 7627억 원으로 30% 가까이 줄었고 승계율도 71.4%에서 64.6%로 6.8%포인트 낮아졌다.
이어 한화(-5.2%p), 현대자동차(-3.1%p), 영풍(-2.0%p), 한진(-1.1%p) 순으로 자산승계율 하락폭이 컸다. 이 중 현대자동차는 올 2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한 탓이다.
이외 신세계(0.6%포인트), 부영(0.5%포인트), 두산(0.2%포인트), 효성(0.1%포인트), 금호아시아나(0.1%포인트), 미래에셋(0.1%포인트), 동국제강(0.1%포인트) 등도 승계율이 하락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및 원화 강세 탓에 실적이 악화되면서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30대 그룹 중 총수에서 자녀 세대로 승계가 완성됐거나 완료 단계에 진입한 그룹은 롯데, 현대백화점, KCC 등이었다.
롯데는 총수 일가 지분가치 3조9425억 원 중 신격호 회장의 자녀 및 손주 9명의 자산가치가 3조6225억 원으로 91.9%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현재 실질적으로 그룹 총수 역할을 맡고 있는 신동빈 회장의 자산가치가 1조7448억 원으로 전체의 44.3%를 차지했다.
KCC와 현대백화점은 현재 총수가 정몽진, 정지선 회장으로 바뀐 상태지만 부친인 정상영‧정몽근 명예회장을 기준으로 잡을 경우 85% 이상의 승계율을 기록해 세대교체가 거의 이뤄진 단계로 볼 수 있다.
효성은 ‘왕자의 난’ 이후 장남인 조현준 사장과 삼남 조현상 부사장이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 자산승계율이 74.3%에 달했고, 두산(73.9%), 금호아시아나(67.8%), 동부(64.6%), 대림(56.3%), 삼성(53.6%)도 자산승계가 절반 이상 이뤄졌다.
이어 영풍(46.1%)→현대자동차(39.5%)→신세계(39%)→한화(37.2%)→OCI(25%)→한진(22.7%)→GS(22.6%)→LG(22.1%)→LS(13.6%)→미래에셋(10.7%) 순으로 자산승계율이 높았다.
반면 SK그룹은 자산승계율이 0%였고, 현대중공업은 3세인 정기선 상무가 처음으로 주식 자산을 보유했지만 금액이 500만 원에 불과했다. 또 부영(2.3%), CJ(2.3%), 현대(5.4%), 동국제강(8.3%)도 10% 미만으로 미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