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채권단이 추진중인 쌍용양회 공개매각에 대해 일본측 최대주주가 경영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반대의 뜻을 전해 제동이 걸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태평양시멘트(대표 후쿠다 슈지, 이하 태평양)는 지난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한국산업은행 등 출자전환주식매각협의회(이하 협의회)를 상대로 10월 8일 개최 예정인 쌍용양회의 추가 이사선임을 위한 임시주총에서 협의회의 의결권행사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는 한편, 협의회가 보유한 쌍용양회 주식에 대해 태평양이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다는 지위 확인을 구하는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고 7일 밝혔다.
태평양은 그 동안 협의회가 자신들이 보유한 쌍용양회 주식에 대한 태평양의 우선매수권을 인정하지 않은 채 태평양이 갖고 있는 경영권을 박탈하기 위해 이사 추가선임을 시도하는 등 태평양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하고 권리 보호를 위해 법적 조치를 취하기에 이르렀다.
태평양의 국내 관계자는 “당사는 협의회가 보유한 쌍용양회 주식에 대한 매수 및 협상 의지를 여러 차례 분명히 해왔다”며 “공개매각 시도는 태평양의 우선매수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행위”라고 강조했다.
앞서 태평양은 1998년 외환위기로 인해 부도위기에 처했던 쌍용양회에 대해 한국 정부 및 채권금융기관의 적극적인 권유에 따라 쌍용양회의 경영권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2000년 대규모 투자를 결정, 2005년까지 총 650억엔(한화 6650억여원)을 투자했다.
태평양의 지속적인 자금지원을 토대로 쌍용양회는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고, 이후 경영이 정상화돼 마침내 2005년 채권금융기관의 공동관리를 벗어났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 등 4개 채권금융기관 주주들로 구성된 출자전환주식매각협의회가 구성되면서, 협의회는 태평양에 대해 협의회 보유 주식의 우선매수권을 보장하고, 태평양이 쌍용양회의 경영권을 유지하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최근 협의회 주관은행인 산업은행은 태평양의 우선매수권을 무시한 채 협의회 보유 주식에 대한 공개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쌍용양회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사 추가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했다.
태평양 관계자는 “협의회가 취하는 일련의 조치들은 2000년 투자 이후 16년간 당사에게 보장된 쌍용양회 경영권을 협의회가 인정하지 않는 행위이며 오직 본인들의 매각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쌍용양회 다른 소수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하는 주주권 남용 행위라 할 수 있다”며 “법원은 임시주총에서 협의회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달라”고 호소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어 “그 동안 당사는 쌍용양회의 재무적 기초 훼손을 우려해 출자 이래 한 번도 배당을 요구하지 않는 등 쌍용양회의 재무 및 고용 안전성 등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영정상화를 지원했다”며 “만약 협의회의 주식매각 절차가 계속돼 자사가 경영권을 잃는다면 이는 향후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태평양시멘트는 일본 최대 시멘트 제조업체로 쌍용양회 지분 32.36%를 소유한 최대주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