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쟁탈전이 2라운드에 본격 돌입했다. 이번 2차전은 지난 7월 10일 결정된 서울 시내 면세점 2곳 선정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1차전에 7개 법인이 나서 각축전을 펼쳤다면 2차전은 '창과 방패의 전쟁'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면세점 특허는 10년마다 자동 갱신됐다. 하지만 지난 2013년 개정된 관세법에 따라 기존 업체도 신규 지원 업체들과 5년마다 특허 경쟁을 해야 한다.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워커힐 면세점은 오는 11월 16일,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는 소공점과 롯데월드점은 12월 22일과 31일, 부산 신세계면세점은 12월 15일 각각 특허가 만료된다.
관세청은 4곳의 특허기간이 비슷한 시기에 만료됨에 따라 새로운 사업자 선정을 위한 특허 신청 및 특허심사위원회 개최 등의 절차를 통합해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관세청은 지난 5월 이들 면세점의 후속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고를 냈다. 특허 신청서 접수 기간은 9월 25일까지다. 1차 심사 때 과정을 고려한다면 빠르면 10월 말이면 사업자 선정될 수 있다.
이번 면세점 2라운드의 관전 포인트는 말 그대로 수성(守成)과 입성(入城)이다.
먼저 면세점을 수성하려는 업체는 롯데를 비롯해 SK네트웍스와 신세계 등 3곳이다.
반면 입성을 희망하는 곳은 1차전에서 15년 만에 빗장을 풀었던 서울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현대백화점그룹(현대DF)과 이랜드 그룹이다. 신세계의 경우 부산 시내면세점은 물론 서울 진출도 갈망하고 있다.
이번 2차 면세 사업자 선정에 뛰어 들겠다고 현재 공식화 한 곳은 롯데와 SK네트웍스 2곳 뿐이다. 신청서 마감 20여 일을 앞두고 신청 예상 기업들이 느긋함을 보이는 이유는 해당 기업들이 모두 결전을 위한 무기를 숨기기 위해서다.
관세청의 특허 심사를 위해 까다롭게 준비해야 할 신청서나 로드맵도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다.
◆ 롯데·신세계 '명동' 빅 이벤트의 승자는
이번 면세점 특허 사업자 선정에서 주목할 부분은 롯데와 신세계의 명동 대첩이다.
신세계는 부산점을 지키면서도 그룹의 자존심을 걸고 서울 입성을 희망하고 있다.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부산 최대 번화가인 신세계 센텀시티로 옮기는 계획을 내놓는 등 수성에도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신세계그룹 측은 그룹의 모태인 본점 본관을 면세점 후보지로 정했을 정도로 서울 시내 면세점 '획득'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면 롯데 소공점과 한판 결전도 불사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세계 측은 1차 탈락 이후에도 남대문시장 끌어 안기 등의 작업을 계속해 왔다.
방어에 나선 롯데의 입장에서는 소공동 본점은 물론 강남의 월드타워점도 포기할 수 없다. 거센 도전이 예상되지만, 35년 동안 면세점업 최고의 자리를 지켜 온 만큼 경쟁업체의 도전에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사실 도전자들 입장에서 롯데는 쓰러트릴 수 없는 거목이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국민감정이 악화됐고 정치권의 반발도 거세 변수로 작용할지에 롯데그룹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게다가 9월 진행 예정인 국회 국장감사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된다면 반 롯데 감정이 어떻게 기울지에 대해 경쟁 업체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사에 유리한 여론몰이를 할 가능성도 높다.
한편 두산은 2일 동대문 지역 쇼핑 명소인 두산타워(두타)를 사업 부지로 정하고 면세점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두산 측은 "기존 두타 쇼핑몰은 그대로 유치한 채 다른 층을 활용할 계획"이라며 "두타 쇼핑몰을 16년 동안 운영하면서 유통 노하우를 축적했고, 연간 700만명의 외국인이 방문하는 동대문의 랜드마크로 두타를 성장시킨 바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안승호 한국유통학회 회장(숭실대 경영대학원장)은 "면세점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은 이제 갖지 말아야 한다"며 "관세청도 1차 때 지적된 심사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최대한 보완하고 수정해 국가 발전에 이득이 될 수 있는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