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우리 인구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58년생 전후의 1차 베이비부머세대의 주택 확장 수요와 70년생 전후의 2차 베이비부머세대의 내집 마련 수요가 맞물리면서 주택 가격이 우상향하기 시작했다. 풍부한 실수요를 바탕으로 아파트는 재테크를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 놓칠 수 없는 좋은 투자처였다. 목 좋은 곳에 위치한 아파트를 전세 끼고 구입하면 은행에서 부족한 돈을 빌릴 필요 없이 손 쉽게 구입이 가능했다.
이른바 '전세 끼고 구입'은 집값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을 갖고 집주인이 될 수 있게 해줬다. 주택매입 자금 중 상당 부분이 세입자의 돈이지만 그렇다고 나중에 가격 상승분을 세입자에게 떼주는 것도 아니다. 전세금 반환도 풍부한 전세 수요 덕분에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다음 세입자에게 받아서 잘 전달해 주고 적당한 시점에 다음 선수에게 전세 끼고 팔면 원금회수와 더불어 훌륭한 알파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주택 매매 차익을 중과세하는 부동산 억제 정책을 내놓았다. 차익의 절반을 세금으로 뺏기면 예금 이자만도 못하다 보니 차라리 계속 보유를 선택하는 다주택자들이 대다수였다. 부동산 버블이 터지고 집값의 하락을 지켜보면서 나중에 자녀들이 결혼하면 살게 하겠다며 위안을 삼았다.
전세의 월세 전환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저금리, 고령화 사회의 트랜드이다. 1000조원를 돌파한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것도 그동안 숨어있던 450조원에 이르는 전세 보증금이 금융권 대출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주택이 줄어드니 전세 가격은 계속 오른다. 그런데 집값의 80%에 육박한 전세주택의 집주인은 왜 월세로 전환하지 않고 여전히 전세를 놓고 있는 것일까? 혹시 어디에서도 자금을 융통할 수 없는 상황인 건가? 앞으로 세입자들도 어쩔 수 없이 깡통의 우려가 있는 불안한 전세보다는 안전한 월세를 선택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