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요리하는 남자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중·고등학교 때 남자 친구들이 요리사가 되겠다고 하면 "남자가 무슨 요리냐"며 집안의 반대가 심했지만 시대가 변했다. 남자 셰프들의 쿡방(요리하는 방송)이 줄을 잇고, 앞치마를 두른 채 요리를 하는 남자가 인기를 끄는 시대가 된 것이다.
15년 전 자취를 할 때도 식재료 구입부터 시작해 요리하는게 귀찮아 쪼들리는 살림에 외식을 강행했던 기자가 최근 트렌드에 맞춰 '요섹남'(요리 잘하는 섹시한 남자)에 도전했다.
우선 김병주 CJ제일제당 푸드시너지팀 셰프가 연어와 게맛살을 섞어 구운 '연어 케이크'와 이탈리아식 오믈렛 '프리타타' 요리 시연을 보였다.
쿠킹클래스는 기자들이 2인 1조로 이들 음식을 하나씩 맡아 요리하고, 서로 나눠먹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타사 선배기자와 짝이 됐다. 요리를 망치면 선배가 엉망인 식사를 할꺼라는 생각에 심장이 조여왔다.
김 셰프의 시범을 볼 때만 해도 '별거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칼을 집어들자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동안 음식이라고는 물을 끓이고 스프를 넣은 뒤 면을 삶았던 라면만 끓여 먹은 탓이었다.
기자가 맡은 음식은 프리타타였다.
쿡방에서 보던 숙련된 야채 써는 모습과는 달리 마치 명품 핸드백을 만드는 장인이 한땀한땀 가죽에 바느질을 하듯 조심스레 양파와 마늘, 토마토를 칼로 조각내 놓고 달궈진 후라이팬에 굽기 시작했다.
프레시안 알짜란을 풀은 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혹시나 음식을 태워서 선배가 맛없는 식사를 할까봐 가장 약한 불을 켜놓고 초조하게 기다렸다. 기자들의 어설픈 요리를 보조해 주기 위해 돌아 다니는 황천권 쉐프가 보일때마다 "언제쯤 불을 꺼야 돼요?"라고 물으며 괴롭혔다.
오랜 방황 끝에 프리타타가 완성됐다. 다행히 타지 않았다. 심장이 콩알만해진 뒤 완성된 요리에 '더 건강한 브런치 후랑크'와 루콜라를 올리니 모양은 그럴듯해 보인다. '나름 소질있네'라고 스스로 위안한 뒤 쿡방에서 본 것 처럼 요리를 담은 접시와 치즈 간격을 멀리 두고 치즈 글레이트로 갈아 내리니 능숙한 셰프가 된 듯 하다. 얇게 채 썬 로즈마리도 뿌려 시각적 효과도 더했다.
연어 케이크는 '행복한 콩 브런치 두부'와 '알래스카 연어', 게맛살, 고추 등을 썰어놓고 각종 향신료를 섞은 뒤 동그랗게 뭉쳐 빈대떡 같이 굽는 요리였다. 이 요리의 비법은 연어 캔 속 기름을 최대한 빼는 것이다. 기름이 많으면 동그랗게 뭉쳐지지도 않고, 구울 때 으스러지기 때문이다. 타지 않게 구운 뒤 접시에 ‘백설 크림 토마토 소스’를 깔고 연어 케이크를 올린다. 마지막으로 ‘프레시안 발사믹 드레싱’을 곁들인다.
원래 생선 케이크는 생선 살을 으깨 만드는 것으로 과정이 복잡하지만 CJ제일제당의 제품을 사용하니 그나마 간단했다.
CJ제일제당이 지난 2011년부터 진행한 쿠킹클래스에는 최근 요리 열풍에 힘입어 2만여명이 다녀갔다. 18명까지만 참여할 수 있는 공간적인 제약 때문에 매 수업마다 평균 경쟁률이 10대 1을 넘는다. 지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진행한 '맞벌이 남편 생존 요리'와 '아빠의 오감만족 건강 요리'는 접수 5분 만에 매진됐다.
남자가 요리를 못하면 도태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