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칼럼] 님비와 눔프

2015-07-2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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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전후해 보편적 복지와 무상복지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약경쟁이 뜨거웠다.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후보들이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공약했다.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등의 시혜성 공약은 듣기에 참 달콤하다. 그런데 복지에 들어갈 돈, 즉 세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보면 우리나라 복지수준이 충분하다고 답변하는 사람은 10명 중 1명도 안된다. 하지만 복지서비스 강화를 위한 재원조달 방안 가운데 본인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세율을 인상하자고 말하는 응답자 역시 10명 중 1명도 안된다.

대부분의 국민이 복지수준 향상을 원하고 다수가 무상복지 서비스에 찬성하지만, 정작 복지재원의 조달에 있어서는 ‘나의 비용부담은 가장 적게 그리고 가장 나중에’ 하겠다는 ‘눔프’(NOOMP, Not Out Of My Pocket)의 모습을 드러낸다.

눔프는 님비의 사촌이다. 내가 사는 지역에 혐오시설의 입주를 반대하는 ‘님비’ 현상처럼 다른 사람이 먼저 세금을 부담하고 나는 맨 나중에 세금을 부담하겠다는 ‘눔프’ 현상 역시 얌체 같은 행동이다. 이처럼 복지에 대한 재원부담을 회피하려는 ‘눔프’ 현상이 발견되는 배경에는 낮은 복지수준과 더불어 정부에 대한 낮은 신뢰도가 자리하고 있다.

2014년 현재 우리나라 복지지출의 GDP 비중은 10.4%로서 OECD 평균(21.6%)에 크게 못 미친다. 2015년 정부예산 중 복지예산 비중은 30.8%로, 다른 선진국의 40%~50%보다 낮은 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나라의 조세부담 등 복지지출 여건이 아직 상당히 양호하다는 사실이다. 조세와 사회보험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국민부담률을 비교해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는 24.3%로서 조사대상 30개국 중 28위를 차지했고, OECD 평균(34.1%)에는 10% 포인트가 낮다. 가장 높은 덴마크(48.6%)에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은 주요 선진국의 국민소득 2만 달러 시기(1990년)에도 못미치고 조세부담도 낮은 편이지만, 지난 20여년간 복지지출과 국민부담률, 국가채무 역시 빠르게 증가했다.

이에따라 향후 복지지출을 증가시킬 경우, 복지-세금-성장 세가지를 연계하는 한국형 복지모델이 필요하다. 또 복지지출 구조의 재조정도 필요하다. 건강보험의 재정건전화를 추진하고, 보육, 직업훈련 등 성장친화적 복지지출의 비중은 늘려야 한다.

정부예산 구조의 재조정을 통해 경제관련 지출은 줄여나가고, 복지관련 지출의 비중은 점차 높여가야 한다. 아울러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을 근로소득자 수준으로 제고해 세원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등 복지지출의 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밖에 님비와 눔프를 물리쳐야 한다. 이를 위해 공직자의 솔선수범, 투명한 행정, 내가 낸 세금이 나의 혜택으로 돌아오는 경험의 확산 등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더 좋은 복지서비스를 위해서는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복지서비스와 조세행정에 대한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해야 한다. 세정(稅政)의 사각지대(지하경제, 조세 회피 등)를 최소화해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높임은 물론 세수(稅收) 확충에도 기여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저부담-저복지 모델에서 중부담-중복지 모델로 이행할 수밖에 없음을 널리 알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정건전성과 성장에 기반을 둔 ‘새로운 복지국가’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점을 반영해 우리 실정에 맞는 新복지국가의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강조하는 성장하는 복지, 중산층이 튼튼한 복지, 지속가능한 복지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만큼 기존의 북유럽식 복지국가와 차별화되는 새로운 복지국가의 비전을 제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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