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중국건설은행, 돈세탁 방지대책 내놔라" 일갈

[그래픽=아주경제 임이슬 기자]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자산규모 기준 세계 2위인 중국건설은행(CCBC)에 돈세탁 방지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중국 4대 국유 은행 중 한 곳에 미국이 직접 제재를 가한 첫 사례로 그 배경에 대해 궁금증이 일고 있다.

연준은 “중국건설은행 뉴욕지점의 돈세탁 방지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지난 13일(현지시간) 중국건설은행과 이 은행 뉴욕지점에 돈세탁 방지를 포함해 미국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는 방안을 60일 이내에 제출하라고 지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준에 따르면 중국건설은행은 연준과 뉴욕주 금융감독청(DFS)이 공동으로 내놓은 이 제재 조치(enforcement action)에 응하기로 서면 합의했다.

이에 따라 중국건설은행은 은행감독법(BSA), 자금세탁방지법(AML) 등 미국의 법규를 충족시키는 돈세탁 방지 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연준이 이 은행에 요구한 사항은 △돈세탁 의혹 고객 명단 작성 △거래 내역 추적 △돈세탁 의심 행위 조사 및 문서화 등이다. 중국건설은행은 또 독립적인 제3자를 고용해 지난 2013년 하반기 미국 달러화 환전작업 내역을 포함해 돈세탁으로 의심되는 거래를 검토해야 한다.

중국건설은행은 지난 12일 세계적인 금융전문지 ‘더 뱅커’가 선정한 1000개 은행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더 뱅커는 대규모 대출이 가능하고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역량을 잘 보여주는 보유 자본 규모를 기준으로 은행의 건전성 여부를 따진다. 1위는 중국공상은행(ICBC)이다. 중국건설은행은 또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 2000대 기업 순위에서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포브스는 영업이익, 순익, 총자산 및 시총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기업 순위를 매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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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건설은행은 지난 2013년 브라질 방코 인더스트리얼 앤 커머셜 은행(빅방코)을, 2006년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아시아 법인을 각각 7억2300만달러, 97억1000만달러에 인수했다. 현재 홍콩, 싱가포르, 독일 프랑크푸르트,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일본 도쿄와 오사카, 한국 서울, 영국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 세계 24개국 주요 도시에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건설은행 뉴욕지점은 중국 수출기업들에 대한 무역금융 제공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준은 중국건설은행에 벌금을 부과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은행이 향후 돈세탁 관련 문제를 시정하지 않거나 돈세탁 금지법을 어길 경우 과징금을 요구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설명했다. 연준과 DFS는 지난 2012년 영국 최대 은행 HSBC홀딩스와 스탠다드차타드(SC)에 대(對) 이란 제재 위반 및 돈세탁 혐의로 각각 19억달러와 3억27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