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늦게까지 대학원 기숙사에서 룸메이트와 컴퓨터로 인터넷 게임을 하다 보면 배가 출출해 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툭 하면 전화로 음식을 배달시켜 먹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아예 음식배달업을 하면 어떨까 고민했다. 2008년 상하이 교통대 석사생 기숙사 룸메이트 장쉬하오(張旭豪)와 캉자(康嘉)는 그렇게 중국 최대 음식배달앱 '어러머'를 공동 창업했다.
어러머는 중국어로 ‘餓了么’다. '배고프냐'는 말의 일종의 구어체다. 어러머는 중국 전통 요식업계에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바람을 일으키며 음식배달앱의 '선구자'가 됐다.
어러머는 대학생들이 배고플 때마다 즐겨 찾는 필수 어플이다. 현재 중국 260여개 도시에서 하루 평균 200만개 음식배달 주문을 처리하고 있다. 이용자 수는 2000만명이 넘었으며 가맹 음식점만 20만개가 넘는다. 일반 중소형 음식점뿐만 아니라 버거킹·피자헛·KFC·맥도날드 등 유명 패스트푸드 체인점까지 가맹점으로 보유하고 있다. 대학가에서 어러머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장쉬하오는 전화로 주문을 받는 전통적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2009년부터 인터넷으로 뛰어들었다. 중국 요식업계 O2O의 시작이었다. 인터넷 도메인은 ‘어러머’의 중국어 병음을 그대로 따서 ‘ele.me’로 정했다. 남들이 다 하는 닷 ‘.net’ 이나 ‘.com’은 채택하지 않았다.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고객들이 사이트에 접속해 등록된 가맹 음식점 메뉴를 주문하면 해당 음식점에서 직접 음식을 배달해줬다. 이른 바 '중국판 배달의 민족'인 셈이다.
무엇보다 가맹점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였다. 직접 상하이 시내 곳곳의 음식점을 발로 뛰어다니며 점주를 만나 설득했다. 인터넷 접근성이 어려웠던 영세 음식점들이 어러머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대학가 인근 음식점 30곳을 주요 거래 식당으로 확보했다. 사이트 개설 초기 하루 500~600개씩 음식 배달 주문을 처리했다.
상하이 교통대 캠퍼스에서 시작한 음식배달 사업은 점차 인근 타 대학으로 확대됐다. 2010년 9월엔 상하이 시내에 1000개나 넘는 가맹점을 확보했다. 2010년 11월부터는 모바일 앱도 오픈하면서 사업은 더욱 팽창했다. 2011년부터 베이징·항저우를 시작으로 다른 도시로 영토를 넓혀나갔다.
어러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주문액의 8~15%를 수수료로 챙겼던 모델을 과감히 버렸다. 대신 자체적으로 연구 개발한 식당관리 서비스 시스템 ‘나포스(Napos)’를 식당에 제공했다. 나포스는 음식 주문은 물론 식당 메뉴관리, 경영 데이타 통계까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든 음식점 전용 기업 솔루션이다. 이는 낙후된 중국 전통 요식업계의 IT화, 시스템화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어머러가 영세 음식점과의 상생에 중점을 두고 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어러머의 행보에 주목한 투자자들도 하나 둘씩 제 발로 찾아왔다. 연초엔 텐센트, 징둥상청, 다중뎬핑, 중신그룹, 세콰이어 캐피탈 등 거물급 투자자로부터 3억5000만 달러(약 3770억원)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엔 알리바바가 '타오덴뎬(淘点点)'을, 소셜커머스 업체 메이퇀이 '메이퇀와이마이(美團外賣)' 등을 설립하는 등 너도나도 음식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며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그럼에도 어러머는 여전히 중국 음식 배달앱 시장 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며 왕좌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어러머는 오늘날 중국 대학생들의 창업 롤모델이 되고 있다. 최근 중국의 한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창업 선호 업종을 조사한 결과 ‘음식배달 앱’이 1순위로 꼽혔을 정도다.
어러머는 이제 대도시에서 중소 도시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타깃 대상도 대학생에서 소비력이 높은 직장인으로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는 전속 배달원을 두고 자체적으로 음식배달 시스템도 구축해 현재 베이징·상하이 등 일부 도시에서 시행 중이다. 이를 통해 가격경쟁력뿐만 아니라 배달 속도와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데도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어러머는 중국 요식업계의 알리바바가 되는 게 목표다. 장쉬하오 대표는 “어러머를 향후 1000억 달러 규모의 거대한 그룹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