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업스토리](11) 살기좋은 도시 만들기 사명감― 링이도시

2015-07-1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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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이도시건축사무소 롼하오 대표 [그래픽=아주경제 임이슬 기자]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비좁은 도심 공간에 세워진 초등학교에게 널찍한 운동장은 ‘사치’일 수 있다. 하지만 학교 옥상에 운동장을 만든다면?

실제로 지난 해 9월 중국 저장(浙江)성 톈타이(天台)현 츠청(赤城)의 제2소학(초등학교)이 옥상에 육상트랙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 비좁은 공간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은 소망에서 탄생한 혁신적인 건축물이었다. 이른바 ‘옥상의 재발견’이다. 옥상을 운동장으로 탈바꿈시킨 이 디자인은 지난 해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박람회에 중국 대표작으로 출품됐다.

이처럼 건축설계로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고 싶어하는 한 건축가가 있다. 바로 중국 '링이(零壹 LYCS) 도시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롼하오(阮昊)다.

1985년생으로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 출신인 롼하오는 어렸을 적부터 미술과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칭화대 건축학과에서 모셔갔을 정도다. 하버드대 방문학생, 미국 프린스턴대 건축학 석사도 마치며 해외 경험도 두루두루 쌓았다.  프린스턴대 졸업을 앞두고 미국 내 각종 저명한 건축설계사무소의 채용 러브콜도 뿌리친 그는 돌연 귀국했다.

“남의 밑에서가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무대가 필요했다. 내 능력을 100~200% 발휘하고 싶었다”고 롼하오는 말했다.  그렇게 2010년 항저우 경제개발구의 5~6㎡ 남짓 조그만 사무실에서 링이도시 건축설계사무소를 차렸다. 링이는 중국어로 '0'과 '1'이란 뜻이다. '0부터 시작해 한방에 세상을 놀래 키자'는 뜻에서 이름 지었다.

창업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창업에 대해 너무 무지했던 탓이다. 창업 1년 후인 2011년 그나마 있던 직원들도 나갔다. 도전하는 건축설계 입찰 프로젝트마다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것 저것 다하려고 욕심을 부린 게 화근이었다.

롼하오는 생각을 바꿨다. 남들과 똑 같은 '대규모 정규군'이 아닌 소규모 '특수 정예부대'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문어발식으로 각종 프로젝트를 모두 욕심내기보다는 잘 할 수 있는 몇몇 프로젝트에 집중하기로 했다.

효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당시 5명에 불과했던 팀원은 현재 중국·유럽·미국 80~90년대생의 젊은 건축학도 30여명으로 꾸려졌다. 사무실도 항저우 도심 빌딩 꼭대기 층으로 옮겼다. 사무실 디자인은 직접 설계했다. 수입은 연간 갑절로 늘어나 지난해 영업수익은 1100만 위안(약 20억원)에 달했다.

롼하오의 건축 디자인 철학은 좀 더 아름다운 도시 만들기에 있다. 단순히 아름다운 설계 작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않고 거기에 각종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종의 건축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롼하오가 만든 도심 초등학교의 옥상 육상트랙이 대표적이다. 

롼하오는 특히 도시 건축물에 관심이 많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도시는 유례없는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도시화는 빠르게 진전됐지만 인구밀집, 주차난, 교통체증 등과 같은 도시병도 나타났다. 삭막한 도시에서 생활하는 도시민을 위한 행복하고 아름다운 생활공간을 만들겠다는 사명감이 바로 롼하오가 건축 설계를 하는 이유다.

최근엔 일반 건축물, 가구, 실내 인테리어에서부터 박람회 설계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해 링이도시에서 만든 고양이책상(Catable)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테이블 곳곳에 구멍을 파서 고양이를 위한 전용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과거 직접 고양이를 키우면서 겪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작품이다. 2014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전시된 고양이책상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에 소개된 이후 전 세계 고양이 애호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롼하오는 중국 건축학계에서 보기드문 '바링허우(80後 1980년대생)' 창업세대다. 그는 “창업이 오르막길이라면 혁신은 바로 오르막길을 오르는 엔진동력”이라고 말한다. 이는 중국 정부가 제창하는 '대중의 창업, 만인의 혁신'이라는 모토와도 딱 맞아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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