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국내이어 중국사업 구조개편 돌입 ‘선택의 딜레마’

2015-07-1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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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윤태구·이재영 기자 = “국내사업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됐으니 중국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구조개편이 진행될 것이다.”

LG전자의 중국 상하이 법인(LGESH) 폐쇄 소식을 접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현지 진출한 국내 대기업들의 대대적인 중국사업 구조개편 추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될 것이라면서 향후 재계의 향배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 더 이상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아니다. 비단 LG전자 상하이법인이 생산하는 시큐리티 카메라 제품은 물론 타 생산 사업장에서 나오는 일련의 제품들은 로컬업체와의 경쟁에서 수익을 낼 수 없는 데다가 임금 인상으로 수출 채산성도 맞지 않는다. 지난 20여년간 중국은 하루가 멀게 발전했는데, 현지 진출한 우리 기업의 주력 생산·판매 제품은 당시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변화를 해야하는데 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LG전자에 앞서 금호석유화학도 지난해 12월 네 번째 해외 공장이었던 충칭공장에서 손을 떼고 철수를 결정했다.금호석화는 지난 2007년 12월 중국 충칭시에서 선쩐아인스화공 유한공사와 ‘불용성 유황(Insoluble Sulfur)’ 생산공장 설립 계약을 체결, 합자회사인 ‘금호석화충칭유한공사’를 설립해 2011년 연산 1만t의 불용성 유황과 3만t의 이황화탄소(CS2)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완공했으나 시운전만 실시하고 본격적인 상용 생산은 미루다가 결국 손을 땠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그룹 내 유동성 문제와 업황 침체 등과 함께 공장에서 생산한 불용성 유황이 구매를 희망하는 고객사의 품질 기준을 맞추지 못해 판로가 막힌 게 이유였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중국을 여전히 우리보다 한 수 아래라고 폄하하는 기업들의 시각이 문제다. 중국인들은 한국보다 먼저 아이폰 등 신제품을 접할 만큼 수준이 높아졌다. 그런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채 우리가 만들면 알아서 사줄 것이라는 안일한 태도를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자동차의 중국 합자법인 베이징현대의 올 1~6월 자동차 판매량은 51만84대로 전년 동기대비 7.8% 줄어들었으며, 또 다른 합자법인 쓰촨현대는 무려 30.5%나 급감한 1만2311대에 그쳤다. 기아자동차도 올 상반기 중국 시장 판매량이 30만3157대로 전년동기(31만715대)보다 2.4% 감소했다. 글로벌 브랜드에 비해 30~40%나 저렴한 중국 브랜드를 선택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현대·기아차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도 한 때 잘 나갔던 중국 굴삭기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현지 굴삭기 생산법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 재무적 투자자(FI) 오딘2가 지난 5월 주관사를 선정해 회사 매각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80%의 지분을 가진 두산인프라코어에게 우선인수청구권이 있지만 행사 여부는 아직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는 중국시장 철수를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한 때 중국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두산인프라코어 굴삭기가 좌초의 위기에 빠진 배경도 역시 로컬업체의 성장 때문이었다. 싼이중공, 중롄중커(줌라이언), 쉬공기계 등 현지 업체들은 떨어지지 않는 성능에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굴삭기를 ‘찍어내’ 시장을 잠식했다. DICC는 저가 모델을 내놓으며 대응했지만 반전에는 실패했다. 두산인프라코어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 볼보건설기계 등 중국에 진출한 국내 3대 굴삭기 업체들이 모두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업 축소는 물론 철수라는 최악의 결정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우리도 그렇지만 다른 기업들도 중국 사업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포지셔닝을 어디에 맞출 것인가이다. 타겟이 정해져야 제품군을 재조정하고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한다. 확실한 수익을 보장해주는 부유층 대상의 프리미엄 시장에 주력하면 좋겠지만 우리보다 더 경쟁력이 높은 글로벌 대기업들과 싸워야 하고,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국민들을 상대하려해도 로컬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 향후 10년, 20년을 보고 결정해야 하는 만큼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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