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결국 꺼내들 태세다. ‘재벌 총수 불관용’ 원칙을 고수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특사)을 시사했다. 청와대가 14일 특사 범위에 대해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지만, 정치권은 대규모 재벌 총수의 사면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표면적인 특사 명분은 ‘국민 대통합’이다. 속내는 ‘경제활성화’다. 정부와 기업이 특사를 고리로 이른바 ‘면죄부’를 파는,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다. 물론 특사는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이다. 하지만 특사 남발은 국민이 통치자에 부여한 권한이 아니다.
명백한 ‘구분 짓기’다. 주권자인 국민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누고 만인 앞에 평등한 법을 차등 적용하는 반(反) 헌법적 행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가석방자(일반 수형자)의 90% 이상은 80% 이상 형기를 채웠다.
재벌 총수는 예외다. 2008년 특사 대상자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번에도 유력한 사면 대상자다. 7년 전 특사 대상자였던 재벌 총수가 또다시 면죄부를 손에 쥐기 일보 직전이다. 정녕 한국 사회를 ‘1대 99’ 사회를 나눌 셈인가.
실익도 의문스럽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그리스발(發) 금융위기 등 대내외적 경제위기에 처한 정부는 총 22조원(추가경정예산 11조8000억원 포함)의 재정 보강책을 마련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3분기 100% 집행을 전제로 한 내놓은 경제성장 상승률은 0.26%포인트다. 정부의 22조원 재정이 0.3% 정도밖에 경제성장률을 제고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업투자로 얼마나 낙수효과를 꾀할지 의문이다. 결국 둘 중 하나다. 정부가 구체제에 매몰됐든지, 통치기반 강화를 위한 꼼수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