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유치전, 이부진·김승연 리더십 빛나…정용진·정지선·최태원·신동빈·박성수는 '울상'

2015-07-1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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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오른쪽)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HDC신라면세점' 출범식. [그래픽=임이슬기자]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리더십이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빛을 발했다. 

HDC신라면세점의 두 수장은 이번 신규 면세점 사업자 전쟁 과정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해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 9일 서울 면세점 사업자 선정 기업별 프레젠테이션(PT) 장소를 방문, PT를 진행하는 양창훈 HDC신라면세점 사장 등에게 "특허를 따면 여러분의 덕이고, 그렇지 못하면 내 탓"이라고 말할 정도로 리더십을 발휘했다. 

업계에선 이 사장이 국내 면세점 2위 업체인 호텔신라의 독과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정몽규 회장과 손을 잡는 '신의 한수'를 둔 게 황금티켓을 쥐게 된 결정타였다고 보고 있다.

이 사장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유커(遊客) 관광객이 급감하자 지난달 29일에는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날아가 '한국 관광 유치' 활동을 벌이는 적극성도 보였다.

지난 2일에는 정 회장, 지방자치단체장과 함께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비전 선포식'을 열어 "한국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열어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또 제주 신라호텔에 메르스 확진환자가 머물렀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제주로 날아가 하루 3억원의 손해를 감수한 채 호텔 영업을 중지했다. 고객에게 숙박비 전액을 환불했고 항공권요금까지 보상했다.

평소 언론에 노출되길 꺼려했던 이 사장이 이례적으로 적극적이고 공개적인 행보를 보인 것은 서울 면세점 유치전이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할 첫번째 시험대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 회장의 리더십도 이번 면세점 유치전 승리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지난 1월 시내면세점 사업 진출을 공식 발표할 당시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면세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데다, 백화점도 아이파크몰 용산점 한곳밖에 없는 등 유통사업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텔신라'와 손을 잡으면서 판세가 뒤집어졌다. 

지난 3월 중순까지만 해도 현대산업개발은 호텔신라 외에 다른 기업을 후보군에 올려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정 회장과 이 사장간 합의가 이뤄져 결국에는 합작법인을 세웠다. 

한편 이번 유치전에서 패배한 총수 일가는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경우 그룹의 모태이자 83년 역사의 국내 1호 백화점인 명동 본점 명품관 전체를 면세점 후보지로 선정하고 남대문시장 활성화 공약을 내걸며 그룹의 20여년 숙원사업을 이루기 위해 공을 들였지만 실패했다.

'영업이익 20% 사회 환원'이라는 '통큰 공약'을 내건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옥중에서도 면세점 유치전을 지원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눈물을 삼키게 됐다. 

독점논란을 의식해 조용히 면세점 전쟁을 치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중국을 잘 알고 있는 점을 내세운 박성수 이랜드 회장도 이번 유치전에서 고배를 마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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