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가 올 상반기에만 3600억원 넘는 대출채권을 팔았다. 카드사 연체액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 속에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카드사들은 대출채권 매각을 통해 실적 또한 개선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 8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올해 2분기 대출채권 매각이익은 200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누적기준으로는 368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최대치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2분기 대출채권을 가장 많이 판 곳은 롯데카드로 매매이익은 45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현대카드(426억원) △우리카드(365억원) △신한카드(359억원) △KB국민카드(271억원) △하나카드(129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BC카드와 삼성카드는 대출채권 매각이익이 없었다.
카드사들의 대출채권 매각 규모가 커진 이유는 카드론 등 대출 상품 영업 확대로 인한 연체액 증가 때문이다. 지난 8월 기준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1조831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집계 이래 역대 최대치다.
카드론이 증가하면서 연체 규모도 늘었다. 카드론을 쓰는 중저신용자들은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 채무자일 가능성이 높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며 카드론 이용자들의 상환 여력도 점점 떨어지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1분기 카드사 전체 연체액 규모(1개월 이상)는 2조313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08년 이후 분기별 역대 최대치였다. 다만, 카드사들이 대출채권 매각을 서두르면서 2분기 기준 연체액은 2조251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소폭 줄어들었다.
카드사들은 이 같은 대출채권 매각으로 실적을 개선하기도 했다. 2분기 기준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은 7928억원인데 카드사 대출채권 매각이익을 빼면 5912억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특히 2분기 순이익 419억원 거뒀던 롯데카드는 대출채권 매각이익 제외 시 적자를 기록한다.
3분기에도 카드사들의 대출채권 매각은 이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대출채권 매각을 위해 ‘채권 양도에 따른 개인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공지를 9월에만 3건 올렸다.